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고, 서민과 취약 계층의 생계 부담도 한층 무거워졌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2024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자 이번 흐름에서 처음 3%대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과 2월 2.0%에서 3월 2.2%, 4월 2.6%, 5월 3.1%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중동 지역 충돌 이후 국제 유가가 뛰면서 석유류 가격은 24.2% 올라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비스 물가도 2.8% 올라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공식 지표보다 더 클 가능성이 크다. 자주 사는 품목과 지출 비중이 큰 항목을 중심으로 집계하는 생활물가는 3.3% 올라 202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생활물가는 식료품, 생필품, 교통비처럼 일상 소비와 밀접해 체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서민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이지호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 상승률이 3% 초중반까지 올라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일부 완충 역할을 했지만,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까지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이번 물가 상승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이 계속되면서 국제 유가가 쉽게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기 어렵고, 장마와 폭염 같은 계절적 변수는 농·축·수산물 가격의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는 아직 전쟁의 파급효과가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다고 판단하지만, 5월에는 연휴 기간 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련 서비스 가격이 오른 점도 전체 물가를 밀어 올린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에너지 가격과 계절 요인, 서비스 수요가 겹치며 물가 전반에 상방 압력이 커지는 구조다.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 통화정책도 더 긴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1~2차례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3차례 인상 가능성도 거론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 가계의 상환 부담은 더 커진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를 넘어 8%에 접근하고 있고, 신용대출 금리도 6%에 육박한 상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전체적으로 3조2천억원 늘고, 차주 1인당 평균 16만3천원의 부담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2일 장중 1,520.1원까지 올라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도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석유류 가격 안정, 할당관세 적용, 공급 확대, 폭염·폭우에 대비한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 같은 대응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환율 쏠림 현상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와 금리, 가계 부담이 함께 오르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는 단순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 취약 계층 보호와 금융 부담 완화 대책이 함께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