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8일 국제유가는 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보합권에서 엇갈린 흐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정식 합의에 앞서 큰 틀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에 사실상 합의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양측이 관련 협의를 마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승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측 당국자는 대통령이 중재자들에게 며칠간 숙고할 시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가는 중동 정세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어서, 군사 충돌이 확대되면 공급 차질 우려로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긴장이 완화되면 위험 프리미엄(불안 요인 때문에 가격에 추가로 붙는 상승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종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은 공급 불안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해석했지만, 협상 세부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양국 간 소규모 무력 충돌 소식도 이어지면서 일방향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 가격은 지표별로 다르게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3.71달러로 전장보다 0.6% 내렸다. 반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8.90달러로 0.3% 올랐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와 미국 내 대표 유종인 WTI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인 것은, 지정학적 변수와 미국 내 수급 지표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330만 배럴 줄어 6주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원유 재고 감소는 통상 수급이 타이트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다만 이번 감소 폭은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14만 배럴 감소에는 못 미쳤다. 시장 기대보다 재고 감소가 약했다는 점은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재료가 됐다. 결국 국제유가는 중동의 전쟁 종식 기대와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 그리고 미국 재고 지표를 함께 반영하며 좁은 범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 여부와 중동 현지 충돌의 실제 진정 여부에 따라 다시 뚜렷한 방향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