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겹치면서 소폭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6원 오른 1,502.8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높은 1,504.0원에 출발한 뒤, 금통위 결정 이후 장중 1,510.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준금리 동결 자체는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경계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외 변수까지 더해지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환율 움직임에는 중동 정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지적 충돌이 발생하며 국제유가가 뛰었고,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무역수지와 물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원화 가치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약세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중동 정세를 꼽으며, 상황이 진전되면 원화가 상당 폭 강세로 돌아설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메시지도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있고, 성장세도 견조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외환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이 긴축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그는 환율과 관련해 쏠림 현상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환율이 한 방향으로 급하게 움직일 경우 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분위기도 원화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코스피는 장중 8,0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한 끝에 전 거래일보다 43.41포인트(0.53%) 내린 8,185.29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2조8천9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41 오른 99.373으로, 달러 강세 흐름도 이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159.49엔으로 0.02% 내렸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2.05원으로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0.06원 내렸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의 금리 경로보다도 중동 정세, 국제유가, 외국인 자금 흐름 같은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 불안이 완화되면 원화 약세 압력도 일부 진정될 수 있지만,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 변동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