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천연가스 가격의 본격적인 상승 시점이 올해가 아니라 2027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5일 전망했다. 중동의 공급 차질과 전 세계 수요 확대라는 상승 요인은 이미 형성돼 있지만, 슈퍼 엘니뇨에 따른 이상 고온이 겨울 난방 수요를 약화시키면서 당장 가격을 강하게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천연가스는 원유와 달리 공급 경로를 쉽게 우회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이 해협을 통한 물류 차질이 세계 액화천연가스 수출의 약 20%를 사실상 멈춰 세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여름철 냉방 수요가 늘어나는 성수기가 겹치면서, 공급이 빠듯한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아직 천연가스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핵심 배경으로는 기상이변을 꼽았다. 엘니뇨가 나타나면 겨울철 북반구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여름 냉방 수요보다 겨울 난방 수요의 영향력이 더 크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현재 동태평양 연안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도 높은 수준으로 엘니뇨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이 경우 강화된 아열대 제트기류가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 겨울 한파 가능성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난방용 가스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시장이 천연가스 가격에 할인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늦어도 2027년 1월부터는 슈퍼 엘니뇨 상태가 진정될 것으로 예보돼 있어, 그동안 가격을 눌러온 요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급 측면에서는 이미 가격 상승 조건이 상당 부분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력용 수요는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으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2027년부터 2028년 사이 신규 공급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소와 데이터센터가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면 그만큼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 사용도 늘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구조적 공급 충격과 엘니뇨 후퇴 가능성까지 겹치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 에너지원의 76%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관련 종목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기상 여건 변화와 중동 지역 수송 차질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에 따라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 가격 등락보다, 2027년을 전후한 공급 부족 현실화 여부가 천연가스 가격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