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시장금리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국내은행의 부실대출이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은행권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2026년 6월 24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022년 9월 말 9조7천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7조7천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통상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을 뜻하는데, 금융권에서는 대표적인 부실채권 지표로 본다. 이번 부실 증가는 2015∼2016년 조선·해운업 부진으로 대기업 부실이 집중됐던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당시에는 대기업 대출이 부실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중소기업과 내수 서비스업 쪽으로 위험이 넓게 퍼지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3월 말 기준 부실대출 차주 구성을 보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58.9%로, 부실 규모가 가장 컸던 2016년 3월 말의 32.2%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대기업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60.4%에서 20.5%로 낮아졌다. 업종별로도 2016년에는 조선·해운업 비중이 35.0%로 높았던 반면, 올해 3월 말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52.0%로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도·소매업과 부동산업 등 서비스 부문의 회복이 더딘 데다, 높은 대출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여러 업종에서 상환 능력이 약해진 차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 차주 수에서도 이런 변화는 뚜렷하다. 대출을 1개월 이상 연체한 중소기업 차주는 2016년 3월 말 2만2천339곳에서 올해 3월 말 5만8천372곳으로 약 2.6배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 차주는 118곳에서 68곳으로 줄었다. 이는 과거처럼 일부 대기업의 대형 부실이 금융권을 흔드는 구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과 개인사업자 사이에서 부실이 광범위하게 늘어나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스템 전체로 보면 한 곳의 충격은 작더라도, 부실이 여러 업종과 차주로 퍼질 경우 관리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부실을 정리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채권단이 중심이 돼 채권재조정이나 여신 회수, 상각을 통해 대기업 부실을 정리하는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은행이 부실채권을 엔피엘 전문 투자사에 넘기는 매각 방식에 더 의존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부실대출 매각 규모는 8조2천억원으로 2016년의 4조7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채권재조정은 2조8천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여신 회수는 8조2천억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상각은 9조8천억원에서 6조원으로 각각 줄었다. 최근 매각된 부실채권 가운데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개인 차주 비중이 41.5%로 2015년의 22.8%보다 커진 점도 내수 부진과 금리 부담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더 직접적인 압박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차주의 상환 능력 회복이 늦어질 경우 부실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엔피엘 전문 투자사의 매입 수요가 줄면 은행이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신속히 털어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은행권이 단순 매각에만 의존하기보다 채권재조정, 회수, 상각을 포함한 정리 수단을 다변화하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대출의 건전성을 미리 점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