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2026년 2분기 주식시장 활황을 발판으로 일제히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한때 9,000선을 넘어서면서 거래가 급증했고, 그 결과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자산관리, 연금, 트레이딩 등 증권사 핵심 사업 전반에서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10개 대형 증권사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5조9천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3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늘어난 규모다. 이들 증권사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거둔 이익은 모두 9조102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만으로 이미 6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연간 실적의 약 66%를 채웠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1조9천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9.4% 급증했다. 1분기 1조1억원에 이어 증권업계 최초로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대형 기업공개에 성공한 스페이스X 상장주식 자산에서만 1조6천242억원의 평가이익을 반영한 점이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실적은 2분기 기준으로 신한은행 1조3천16억원, KB국민은행 1조1천240억원, 하나은행 1조213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많게는 442%까지 뛰었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연말까지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증가율이 1%대에 그쳤다.
이번 실적 호조는 단순히 주가 상승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당시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새로 쓰면서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크게 늘었고,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도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1인 가구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예·적금 비중은 28.3%로 2024년 36.2%보다 7.8%포인트 낮아진 반면 국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 즉 이티에프 비중은 21.1%로 6.1%포인트 높아졌다. 자금이 은행에서 투자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증권사의 거래 수수료 수입과 금융상품 판매 수익이 함께 확대된 셈이다.
다만 3분기부터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스피는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오르며 9,400선에 근접했지만, 이후 글로벌 반도체 조정의 영향으로 지난달 29일 장중 5,262.77까지 밀렸다가 최근 낙폭을 일부 회복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식으면서 6월 하루 50조3천470억원까지 불어났던 국내 증시 거래대금도 이달 들어 일평균 24조8천21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사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주가 조정 이후 증권주 가치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증시 반등 속도와 투자자금의 재유입 여부에 따라, 증권사 실적이 고점 이후 조정을 받을지 아니면 추가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