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예금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수신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상품공시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79%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처음 연 4.5% 상품이 등장했던 지난 6월 17일의 평균 금리 연 3.55%와 비교해 2주 만에 0.24%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연 4%대 정기예금도 한 달 새 105개로 늘었고, 연 4%대 금리를 제시한 저축은행은 32곳에 달했다. 현재 기본금리 기준으로 연 4.5% 이상을 내건 곳은 오에스비저축은행 2개 상품, 오케이저축은행 1개 상품, 애큐온저축은행 1개 상품 등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른바 머니무브, 즉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만기 예금과 중도 해지 자금이 증시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리 수준이 높지 않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예금보다 기대수익이 큰 자산으로 옮겨갈 유인이 커진다. 저축은행으로서는 수신이 줄면 대출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올려서라도 자금을 붙들 필요가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과열 경쟁이 과거의 부담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18일 라온저축은행이 연 4.6% 예금 상품을 내놨다가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한 사례는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저축은행들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불안이 커지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 6%대 특판 상품까지 내놓으며 자금 조달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면서 이자 비용이 급증했고, 그 후유증으로 대규모 적자와 건전성 악화를 겪었다. 당시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금리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문제는 지금의 영업 환경이 예금 금리 인상 부담을 흡수하기에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은 예금 금리를 올리면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데, 이를 만회할 만큼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 현재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50%로 제한하는 디에스알 5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중금리대출 공급액의 80%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가 시행됐지만, 업계에서는 실제로 중금리대출을 큰 폭으로 늘려 조달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시장 전반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저축은행 실적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수신 경쟁이 심해질수록 예금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그만큼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금리 인상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고객 자금 이탈을 늦추는 효과를 낼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의 비용 구조와 건전성 관리가 다시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