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이 국내 정밀 구동장치 기업 퓨트로닉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자동차 부품을 넘어 로보틱스까지 확장하는 한국 기술기업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투자 관심이 다시 확인됐다.
20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은 퓨트로닉 지분 과반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에서 퓨트로닉의 기업가치가 약 1조원 수준으로 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이 바뀌는 거래이지만, 이번 인수는 단순한 지분 매각보다는 창업자와 재무적 투자자가 함께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형태에 가깝다.
이번 거래에서는 퓨트로닉 창업자인 고진호 회장이 2대 주주로 남아 회장 겸 최고경영자 역할을 계속 맡는다. 이는 창업자의 기술 이해와 현장 경영 경험을 유지하면서, 블랙스톤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모펀드가 국내 제조업체에 투자할 때 창업 경영진과 동행하는 방식은 사업 연속성을 높이고 해외 확장 과정에서 조직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활용된다.
1993년 설립된 퓨트로닉은 자동차 제조사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고정밀 액추에이터를 공급해 온 회사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나 동력을 실제 움직임으로 바꿔 주는 핵심 부품으로, 차량의 각종 제어장치와 자동화 설비, 로봇 구동부에 폭넓게 쓰인다. 퓨트로닉은 기존 자동차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최근 휴머노이드와 범용 로보틱스 분야로 적용처를 넓히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을 거점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지능화로 빠르게 바뀌고, 로봇 산업이 차세대 성장 분야로 부상하는 흐름이 이번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랙스톤은 운용자산이 1조3천억달러를 넘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로, 부동산과 사모펀드, 인프라, 크레딧, 성장투자 등 여러 자산군에 투자하고 있다. 국유진 블랙스톤 한국 사모펀드 부문 대표는 퓨트로닉이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로보틱스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는 기술력은 있지만 더 큰 해외 확장 자금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국내 중견 제조기업과, 산업 전환기 유망 자산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자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자동차 전장과 정밀제어, 로봇 부품 같은 고부가가치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