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10주 연속 내려갔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최근의 하락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19∼2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천872.4원으로, 전주보다 5.1원 내렸다. 하락세 자체는 이어졌지만 낙폭은 크게 줄었다. 실제로 7월 둘째 주에는 전주 대비 59.1원, 셋째 주에는 15.5원 떨어졌는데, 이번 주에는 하락 폭이 한 자릿수로 축소됐다. 경유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전국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천856.9원으로 전주보다 5.6원 내렸지만, 앞선 둘째 주 62.3원, 셋째 주 17.7원 하락과 비교하면 내림세가 약해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았다. 서울은 전주보다 2.5원 내린 리터당 1천911.3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울산은 5.2원 하락한 1천845.4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상표별로는 지에스칼텍스 주유소가 리터당 1천876.7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는 1천864.8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런 가격 차이는 임대료와 물류비, 도심 수요, 각 주유소의 유통 구조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국내 가격 하락세가 약해진 배경에는 국제유가 반등이 있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미국이 이란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홍해 해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이 피격되는 등 중동 긴장이 높아지면서 상승했다. 수입 원유의 대표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97.2달러로 지난주보다 21.4달러 올랐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124.7달러로 18.7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167.6달러로 24달러 각각 상승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최근의 국제 가격 급등은 앞으로 국내 소비자 가격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런 충격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25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되는 8차 석유 최고가격을 7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기준 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천784원, 경유 1천773원, 등유 1천380원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내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3월 13일 도입된 제도로,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는 가격 상한을 통해 급격한 체감 물가 상승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결국 지금까지는 국내 기름값이 내려왔지만, 시장의 방향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홍해를 포함한 중동의 해상 운송 불안까지 이어질 경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거나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정부의 가격 통제와 향후 중동 정세 안정 여부에 따라 소비자 부담의 확대 폭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