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가 동시에 줄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1달러대에서 낙폭을 줄였다. 상업용 원유 재고는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정제유 재고 감소가 연료 수급 부담을 다시 부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6일 주간 석유재고보고서에서 21일로 끝난 주간 상업용 원유 재고가 4억2891만 배럴로 전주보다 9만5000배럴 늘었다고 밝혔다. 휘발유 재고는 2억684만2000배럴로 253만6000배럴 줄었고, 중간유분 재고는 1억339만1000배럴로 222만8000배럴 감소했다.
원유 재고 증가 폭은 시장 예상치인 50만 배럴을 밑돌았다. 전날 미국석유협회(API)가 집계한 원유 재고 증가 폭 420만 배럴과도 차이가 컸다. 쿠싱 재고는 2242만8000배럴로 117만6000배럴 늘었다.
전략비축유(SPR)는 2억8972만6000배럴로 전주보다 370만 배럴 감소했다. 제로헤지(ZeroHedge)는 이 수치가 1983년 이후 낮은 수준이며, 저장시설의 최소 운용 범위로 거론되는 2억5000만~3억 배럴 구간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전략비축유와 상업용 원유를 합친 전체 원유 재고는 7억1863만6000배럴로 전주보다 360만5000배럴 줄었다.
이번 지표의 초점은 원유보다 정제유에 놓였다.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가 함께 줄면서 미국 내 연료 수급이 여전히 빡빡하다는 신호가 나왔다. 중간유분에는 디젤과 난방유가 포함돼 운송비와 산업 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제로헤지는 미국 원유 재고가 4주 연속 증가했지만 이번 증가 폭은 9만5000배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제유 재고 감소 폭은 컸고, 중간유분 재고는 25년 만의 낮은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원유 가격은 중동 변수와 미국 재고 지표를 함께 반영했다. 제로헤지는 공식 통계 발표 전 WTI가 배럴당 81.50달러 부근에서 움직였다고 전했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미국 에너지 안정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중동에서는 오만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임시 틀을 논의했다. 양국은 영구 항행 통로와 향후 해협 운영 방식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워런 패터슨(Warren Patterson) ING 애널리스트와 에와 만테이(Ewa Manthey) ING 애널리스트는 오만과 이란의 합의만으로 해협을 지나는 원유 흐름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제로헤지는 전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가 정상화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리스 쿠르시드(Haris Khurshid) 카로바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 방침에 대해 “즉각적인 물리적 공급 충격이라기보다 정책 방향에 대한 경고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제재가 실제로 이란산 원유의 구매와 운송, 금융을 바꾸기 전까지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크게 붙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유 시장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공급 차질을 가늠하는 핵심 통로다. 해협 운영 방식이 바뀌면 원유와 정제유 운송비, 보험료, 선박 운항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실제 통항 물량 변화는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 원유 생산은 기록적인 수준에 가까운 흐름을 유지했다. 제로헤지는 정유 설비 가동률도 1998년 이후 계절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정유사들이 높은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를 강하게 돌리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정제유 재고 감소는 원유 가격보다 소비자 물가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휘발유와 디젤 가격은 운송비와 생활비에 반영되고, 물가 지표를 통해 금리 기대에도 영향을 준다. 위험자산 시장에서는 유가가 인플레이션 경로를 거쳐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 투자심리에 간접적으로 닿는다.
재고 지표만 놓고 보면 상업용 원유 증가는 제한적이고 정제유 재고는 줄었다. WTI는 배럴당 81달러대에서 움직였고,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협의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흐름, 다음 주 EIA 재고 통계를 함께 확인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