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전 신용시장에서 팔렸던 CPDO 사례가 AI 회사채 발행과 레버리지 ETF 확산 국면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 좁은 크레딧 스프레드, 레버리지 확대가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위험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 본드 비질란테스(Bond Vigilantes) 필자는 24일 글에서 2006년 CPDO 사례를 현재 시장과 비교했다. CPDO는 당시 AAA 등급을 받으면서도 현금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주는 상품처럼 판매된 구조화 상품이었다.
핵심은 구조였다. CPDO는 신용시장이 약해질수록 레버리지를 키우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시장이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넉넉하며 스프레드가 좁게 유지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라이언은 지금도 풍부한 유동성, 타이트한 스프레드, 낮아진 기대수익률, 금융혁신 상품으로 몰리는 자금이라는 조합이 관찰된다고 짚었다. 같은 위기가 반복된다는 단정보다, 투자자가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수익률을 좇아 같은 방향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연구진은 2010년 CPDO 분석 보고서에서 ABN암로의 첫 CPDO 상품 ‘서프’가 2006년 여름 구조화돼 같은 해 11월 마감됐다고 밝혔다. UBS가 내놓은 금융섹터 전용 CPDO는 2007년 11월 말 첫 디폴트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S&P(S&P)와 무디스(Moody’s)의 모델이 2007년 말과 2008년 1분기 신용스프레드 급등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봤다고 분석했다. 그 수준의 스프레드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CPDO가 투자등급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담겼다.
CPDO는 통상 정해진 신용지수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다. 손실이 나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익스포저를 늘리는 구조가 붙을 수 있고, 이때 시장 변동이 커지면 손실과 레버리지 확대가 맞물릴 수 있다.
올해 시장의 압박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로이터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이 투자자 수요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최근 250억 달러(약 34조3750억원) 장기 회사채는 미 국채 대비 약 120bp 수준에서 가격이 매겨졌다.
기술 섹터 회사채 스프레드는 89bp로, 전체 투자등급 시장보다 9bp 높았다. AI 관련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장기 금리에도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논의는 본지가 앞서 짚은 AI 설비투자 자금이 회사채와 사모신용으로 이동하는 흐름과도 이어진다. AI 투자 사이클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을 넘어 신용 스프레드와 대체투자 상품의 위험 배분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상품 확산도 위험 전파 경로로 거론된다. 로이터는 레버리지 ETF가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통상 2배, 3배, 5배로 증폭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가격이 오르면 기초자산을 더 사고, 내리면 파는 일일 리밸런싱을 거친다.
이 과정은 가격 변동을 키우는 피드백 루프가 될 수 있다. 상승장에서는 매수 압력을 보태지만, 하락장에서는 기계적 매도가 겹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주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로이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상품으로 아시아에서 확산됐고, 한국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새 조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시장을 2008년과 같은 위기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라이언도 은행 자본과 대차대조표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인정했다. 쟁점은 같은 위기의 반복보다 위험의 이동이다.
은행권에서 줄어든 위험은 레버리지 상품 보유자, 회사채 투자자, 유동성 확보 과정으로 옮겨갈 수 있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미국 금융시스템의 레버리지 경고도 경기와 금리가 흔들릴 때 차입 거래가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크립토 시장과 직접 연결된 사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 확대, 장기금리 상승, 위험자산 선호 변화는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위험자산 심리에 간접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