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휘발유 가격이 이란 충돌 첫 6개월 동안 갤런당 1.033달러(약 1413원) 올라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6개월 상승폭을 웃돌았다. 상승률은 34.3%로, 같은 기준의 2022년 상승률 9.9%보다 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레귤러 휘발유 주간 평균 가격은 2026년 3월 2일 갤런당 3.015달러(약 4125원)에서 8월 24일 4.048달러(약 5538원)로 올랐다. 같은 시계열에서 2022년 2월 21일 가격은 3.530달러(약 4829원), 8월 22일 가격은 3.880달러(약 5308원)였다.
이번 비교 기준은 EIA의 전국 레귤러 휘발유 주간 평균 가격이다. 휘발유 가격은 레귤러, 전 등급, 지역별 평균 등 시계열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일부 보도에 나온 우크라이나 침공 뒤 4.56달러 고점은 이 시계열과 맞지 않는다. EIA 전국 레귤러 휘발유 기준 2022년 고점은 6월 13일의 갤런당 5.006달러(약 6848원)였다.
가격 상승 배경에는 중동 공급 차질이 있었다. EIA는 4월 7일 분석에서 2026년 1분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61달러(약 8만3448원)에서 118달러(약 16만1424원)로 올랐고, 2월 28일 중동 군사행동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을 밀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통항 불안은 앞서 국제유가 변동 요인으로 반복해서 거론됐다.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정제 마진, 유통 비용, 세금, 지역별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라도 원유와 휘발유의 상승폭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유 선물보다 주유소 판매 가격이 물가 체감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소비자 체감 가격도 4달러대에 머물렀다. GasBuddy는 8월 24일 블로그에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전주보다 2.9센트 오른 갤런당 4.05달러(약 5540원)라고 밝혔다. 15만 곳이 넘는 주유소의 1200만 건 이상 가격 보고를 집계한 수치다.
다만 원유시장 전체의 반응을 두고 ‘이란 충돌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 27일 블로그에서 이란 전쟁의 공급 충격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컸지만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재고, 수요 탄력성, 시장 완충장치가 가격 반응을 달라지게 했다는 설명이다.
EIA도 7월 7일 보도자료에서 6월 18일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늘었다고 밝혔다. EIA는 7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세계 원유 생산과 교역 흐름이 연말까지 충돌 이전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봤고,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하반기 갤런당 약 3.60달러(약 4925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측시장에서는 원유의 사상 최고가 경신 가능성이 낮은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 Lines.com의 원유 사상 최고가 예측시장 페이지는 12월 31일까지 원유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확률을 12.5%, 9월 30일까지 가능성을 2%로 제시했다. 해당 확률은 시장 가격을 반영한 값으로, 향후 에너지 수급과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시장에는 원유 가격과 정제제품 가격, 환율 경로가 함께 영향을 준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 물가와 운송비 부담이 커지고, 원화 약세가 겹칠 경우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각국의 세금 구조와 보조 정책, 정유사 재고 상황에 따라 소비자 가격 반영 속도는 달라진다.
앞서 본지는 브렌트유가 호르무즈 불안 재확산 속에 하루 5% 올랐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시장은 중동 통항 리스크와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함께 반영했다. 이번 휘발유 가격 비교는 원유시장 충격이 미국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진 흐름을 보여준다.
EIA의 다음 주간 휘발유 가격은 매주 갱신되는 석유제품 가격 통계에서 확인된다. 시장은 하반기 휘발유 가격이 EIA 전망처럼 갤런당 3달러대 중반으로 내려가는지, 호르무즈 통행 회복과 원유 생산 흐름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지를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