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미국산 화장지 보복관세가 미국 생활비 논쟁을 다시 키우고 있다. 전국적 품귀보다 원료비 상승과 일부 지역의 공급 혼선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재무부는 미국산 화장지와 페이셜 티슈에 25%, 티슈 원지와 종이 타월·냅킨 원료에 50% 관세를 9월 8일 0시 1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8월 22일부터 캐나다산 276억 달러(약 37조6000억원) 규모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대응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충돌은 이미 철강, 에너지, 원자재 공급망으로 번져왔다.
세계은행 WITS 무역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화장지 5억966만2790달러(약 6937억원)어치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캐나다산은 3억2818만9360달러(약 4467억원)로,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범위를 위생용 종이류 전체로 넓히면 캐나다산 수입액은 16억7596만3190달러(약 2조281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가정용 위생용품 공급망에서 캐나다 비중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완제품 화장지만이 아니다. 고급 화장지와 페이퍼타월에 쓰이는 북방표백침엽수크라프트펄프(NBSK) 공급망도 캐나다와 맞물려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는 캐나다산 NBSK가 프리미엄 화장지 섬유 배합의 15~30%, 프리미엄 페이퍼타월의 50~6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로널즈 곤잘레스(Ronalds Gonzalez)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산림생체재료학과 부교수는 “이 무역정책은 식료품 매장 진열대에 직접 닿는다”고 말했다.
같은 분석은 NBSK에 50% 관세가 붙으면 프리미엄 화장지 제조비가 11~20%, 프리미엄 페이퍼타월 제조비가 31~38%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제조사가 더 싼 대체 섬유를 쓰면 가격뿐 아니라 촉감과 품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생용 종이 제품은 원료 조달, 가공, 포장, 유통이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구조로 짜이는 경우가 많다. 관세가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에 붙으면 제조사는 비용 흡수와 가격 전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업계도 비용 부담을 먼저 지적했다. 미국산림제지협회(AF&PA)는 북미 펄프·종이·포장·티슈 공급망이 깊게 통합돼 있다며 보복관세가 제조사와 근로자, 소비자의 비용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록터앤드갬블(P&G)은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관련 비용을 세후 약 4억 달러(약 5444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대형 생활용품 제조사도 관세 비용을 별도 부담 요인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정치적 부담도 있다. 입소스(Ipsos)는 8월 28~31일 실시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 47%가 2026년 중간선거 투표 결정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생활비를 꼽았다고 밝혔다.
화장지는 2020년 코로나19 초기 미국 소비자 불안을 상징한 품목이었다. 이번에는 물류 붕괴가 아니라 관세와 원료 비용이 가격 압박으로 이어질지가 쟁점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2026년 8월 스태프 리포트에서 2025년 미국 관세 인상분의 약 26%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간접 효과는 공급망을 거쳐 9~12개월에 걸쳐 나타난다고 봤다.
캐나다 보복관세가 미국 위생용품 가격에 미칠 영향도 즉시 전면 반영보다 지연형 비용 전가 여부를 봐야 한다. 관세 적용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9월 8일 오후 1시 1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