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솔라나(Solana)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밈코인 생성 플랫폼 '펌프펀(Pump.fun)'이 있었다. 하루 수만 개의 토큰이 발행되며 거래량과 네트워크 수익을 폭등시켰고, 암호화폐 시장엔 '밈코인 전성시대'라는 말이 붙었다.
그러나 2025년, 그 중심에 있었던 펌프펀이 급격히 몰락하고 있다. 자체 토큰 PUMP는 상장 직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불과 2주 만에 60% 가까이 폭락했고, 플랫폼 이용률과 거래량도 급감했다. 이른바 'Post-Pump 시대'의 서막이다.

◇ 'Pump.fun'의 희망과 현실…가격 하락 가속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PUMP는 발행 초기 약 ₩10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 곡선을 그렸다. 특히 7월 중순 이후부터 매일 소폭 하락이 이어졌고, 24일~25일 사이엔 ₩3.5선까지 붕괴, 투자자 심리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렸다.
동일 기간 거래량은 전일 대비 38.99% 급감한 ₩777억 원, 시가총액은 ₩1.24조 원으로 20.27% 하락했다. 특히 유통량이 총 공급량의 35.4% 수준인 354억 개로 이미 상당수 토큰이 시장에 풀려 있는 상황이다. 가격 반등 여력이 제한된 이유다.
◇ 구조적으로 반등이 어려운 이유…'내재 가치' 실종
PUMP는 단기적으로 ‘거래 수수료 수익 공유’, ‘바이백(자체 매입)’ 등 유틸리티를 강조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가격을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펌프펀 생태계 내에서 PUMP 토큰이 수행하는 기능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테이킹, 거버넌스 참여, 우선 발행권 부여 등 실사용이 가능한 유틸리티는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초기 투자자에게 프라이빗 세일로 18%가 배분됐고, 상장 직후 고점에서 대규모 매도가 발생한 정황은 ‘내부자 우위 구조’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웠다.
◇ 실적은 '급락', 명분은 '허약'…펌프펀 생태계의 한계
펌프펀 플랫폼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초까지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가장 활발한 트래픽을 발생시킨 서비스였다. 하루 수만 개의 밈코인이 발행됐고, 이로 인해 Solana DEX 생태계의 수익과 거래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밈코인이 졸업률 1% 미만, 24~48시간 내 소멸이라는 단기성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Pump.fun의 수익 구조는 ‘토큰 발행’ 단계에서 과금되는 형태였으며, 이후 토큰이 유지되든 사라지든 상관없었다.
결국 플랫폼은 수익을 챙겼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손실을 입었고, 그 구조가 반복되면서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무너졌다.
◇ 경쟁 압박과 규제 현실…'Post-Pump' 시대 도래
최근에는 Solana 기반 밈코인 발행 플랫폼 ‘렛츠봉크(LetsBONK)’가 펌프펀의 일일 생성량을 추월하며 생태계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BONK 토큰은 오히려 64% 상승하며 역행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트래픽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와 운영 투명성의 차이를 반영하는 결과로 읽힌다.
여기에 미국 SEC의 미등록 증권 이슈, 영국 FCA의 서비스 금지 조치, EU의 MiCA 규제 등 글로벌 차원의 밈코인 규제 압박이 본격화되는 것도 향후 반등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 크립토 시장의 성숙…'탈투기' 전환 본격화
PUMP 토큰의 급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크립토 시장의 심층적 변화를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과거 밈코인 열풍은 커뮤니티의 열광과 유명인의 지지, 빠른 수익이라는 요소에 의해 형성됐지만, 시장은 이제 투명성, 실질적 유틸리티, 규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규제기관이 밈코인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개발자 실명 확인·백서 공개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은, 밈코인마저 ‘제도권 자산’의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밈코인은 더 이상 ‘인터넷 장난감’으로만 남아있을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한 토큰경제 모델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 단기 투기의 끝자락…거품이 걷히는 순간
PUMP는 단기 유동성과 커뮤니티 열광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자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탈중앙', '누구나 발행', '유동성 자동화' 등 매력적인 키워드가 난무했지만, 실체가 없는 토큰은 결국 투기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시장이 증명한 셈이다.
투자자들이 묻는다. PUMP의 가격 하락은 왜 발생했는가. 그러나 더 정확한 질문은 이렇다. "왜 오르기 시작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제 무너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