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해운·물류 전문 기업 현대글로비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보다 19%가량 상향 조정하며, 이 회사가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8일 메리츠증권 김준성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글로비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21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증자 과정에서 중요한 재정적 후방을 맡는다는 데에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으로, 자율 이동 기술 등을 바탕으로 향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에서 중추적인 기업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8년 안에 스마트카를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수 요소로 꼽히는 것이 모빌리티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이동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구현하려면 실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가 물류 및 차량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자율주행 기능을 넘어 다양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사업모델도 추진 중이다. 다종의 물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로봇 기술 확보는 제조업 자동화와 서비스 산업 혁신의 관건이 될 전망이며, 현대차그룹은 이를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연구개발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은 기업공개(IPO)가 아닌 기존 주주의 유상증자로 조달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11%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참여가 핵심이다.
한편,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지난해 이 회사로부터 약 550억 원의 배당 수익을 거뒀다. 김 연구원은 이 배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증자 재원이 될 수 있고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 자체의 실적 안정성과 주주환원 확대 흐름도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 실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는 현대글로비스가 단순한 해운·물류 기업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생태계의 자금·데이터 인프라 공급자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로봇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및 로봇 전략에도 더 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