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불법체류자 단속 여파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체포된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단기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미국 내 인건비 부담과 인력 조달의 어려움은 앞으로 대형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진투자증권은 9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대규모 단속 사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일, 미국 이민국 등 관계 당국은 해당 공사현장에서 불법취업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한국인은 약 300명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관광이나 단기 방문 목적의 B-1 비자 또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이용해 입국한 뒤 현지에서 노동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고용비자 정책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민 고용 보호를 위해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에 엄격한 연간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적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에 의존하는 관행이 일부 존재해 왔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사안을 "숙련 인력 확보 실패의 그림자"로 해석했다.
이번 단속에 따른 단기적인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보고서는 한국 건설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내 공사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들며, 당장의 수익성엔 결정적 타격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내 인건비 상승과 공정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했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이후 미국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내 기업들이 인력 수급과 관련해 전보다 더 높은 관리 역량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진투자증권은 "향후 미국 시장에서 프로젝트 수행의 성패는 인력의 합법적 조달과 관리능력 여부에 달릴 수 있다"며, 효과적인 인력 운용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미국 내 주요 인프라나 산업시설 공사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사전에 철저한 인력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현지법과 이민규정에 맞는 고용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 체계를 전환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미국 내 숙련 노동자 확보 경쟁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