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니콘 기업들의 총 가치를 집계한 '크런치베이스 유니콘 보드'가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6조 달러(약 8,640조 원)를 돌파했다. 투자 열풍이 한풀 꺾인 가운데 나온 이 같은 수치는 새로 진입한 유니콘 기업은 극소수였지만 기존 유니콘들의 가치 상승이 그만큼 가팔랐다는 점을 보여준다.
8월 한 달간 유니콘 보드에 신규로 합류한 기업은 단 네 곳에 불과했으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숫자다. 이는 벤처캐피털의 신중한 투자 기조와 맞물려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신규 유니콘 중 눈에 띄는 기업으로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 중인 AI 스타트업 데카트, 산업용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필드AI, 웹디자인 플랫폼 프레이머, 유전자 치료 바이오테크 기업 크리야 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데카트는 자사 독자적인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시리즈B 라운드에서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조달하며 31억 달러(약 4조 4,600억 원)의 투자가치를 인정받았다. 프레이머는 유럽 암스테르담 기반의 10년 차 기업으로, 아토미코와 메리텍 캐피탈의 주도로 1억 달러 시리즈D 투자를 유치받고 기업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로 끌어올렸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전체 유니콘 가치 증가분은 약 6,000억 달러(약 864조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규 유니콘 91곳이 약 1,540억 달러(약 222조 원)를 더했으며, 나머지는 기존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상승한 덕분이다. 주목할 만한 신규 기업으로는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AI 연구기관 '씽킹 머신즈 랩', 53억 달러(약 7조 6,300억 원)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어브리지', 그리고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AI 데이터 저장 기업 '데이터다이렉트 네트웍스' 등이 있다.
기존 유니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평가 상승을 기록한 기업들은 오픈AI, 스페이스X, 앤트로픽,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 그리고 국방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 등이다. 특히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전체 보드 가치를 밀어올렸다.
9월 들어서도 유니콘 보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앤트로픽과 데이터브릭스 두 기업이 거액의 자금을 추가 유치한 것이 힘을 보탰고, 이에 따라 현재 보드의 총 가치는 6조 2,000억 달러(약 8,928조 원)까지 확대됐다.
시장 전반에 자금 유입이 지연되고 있지만,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술 기업들이 꾸준히 자산 가치를 재평가 받으며 유니콘 생태계는 무게 중심을 바꿔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차세대 초유니콘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