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에 거대한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전라남도가 에너지 기반 신도시 프로젝트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남은 솔라시도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미래도시’ 건설을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전남도는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시설을 함께 집적한 신도시 조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블랙록이 제시한 투자계획 발표 이후,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관련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계획 수립에 나섰다. 도는 올해 말까지 ‘에너지 미래도시 구축 100일 플랜’을 수립하기로 했으며, 정부가 추진 중인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캠페인) 특별법 제정에 맞춘 대응 전략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 신도시는 산업시설, 재생에너지 집적화 지구, 배후 정주도시로 구성되며, 인구 1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자립형 도시로 설계된다. 산업지구에는 RE100 이행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한 입주공간이 마련되며, 해당 기업들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질 예정이다. 특히 서남해안의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활용해 분산된 발전설비를 한데 모으고, 전력망 및 변전소도 함께 구축해 전력 안정성 확보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주 여건도 함께 마련된다. 근로자와 가족을 위한 주택, 국제학교, 병원, 문화·체육시설이 조성되고, 인구와 산업 규모를 고려한 전력, 용수, 교통 같은 기반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된다. 더불어 한국에너지공대와 목포대, 순천대 등 지역 대학과 협력해 대규모 인력을 양성하고, AI 슈퍼컴퓨팅 수요에 대응하는 전문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전남도는 솔라시도를 중심으로 해남 산이면 구성지구 120만 평 부지에 ‘AI 슈퍼클러스터 허브’도 조성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투자기업 퍼힐스(FIR HILLS)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2028년까지 7조 원, 2030년까지 총 1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AI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첨단 설비가 포함된다.
이 같은 흐름은 전남이 재생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산업을 아우르는 첨단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정부의 RE100 특별법 제정과 신도시 지정이 구체화되면, 전남의 미래도시 구상은 국가 차원의 핵심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