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두 개의 거대한 거시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하나는 연준의 금리 기조에서 비롯되는 유동성 압력이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의 과열 우려다. 카이코 리서치는 비트코인을 “두 폭풍 사이에 낀 배”로 표현하며, 이 두 요인이 시장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우는 핵심 변수라고 진단한다. 특히 연준의 발언 한마디만으로도 가격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최근 시장의 민감성은 단기적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보고서는 연준 금리와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명확한 음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2022년 이후 두 변수의 12개월 롤링 상관계수는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값을 기록해 왔고, 이는 금리가 오르면 비트코인이 하락한다는 단순한 패턴을 넘어 유동성의 방향에 암호화폐가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팬데믹 당시 금리 인하 국면에서 비트코인이 급등했고, 2022년 긴축 전환 후 급락했던 사례는 이러한 상관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위험 요인은 AI 산업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자본 쏠림이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5조 달러를 넘어서며 기술 혁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생산보다 기대가 앞선 기업들—예컨대 OpenAI의 대규모 적자 구조—이 만들어내는 가치 대비 평가의 괴리는 투기적 버블의 전형적인 신호로 읽힌다. AI 테마 코인들 역시 실체 없는 과열 흐름이 반복되며 크립토 시장 내에서도 유사한 투기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위기 시 자산 간 상관관계의 수렴”을 경고한다. 평시에는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는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이 극심한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AI 버블이 붕괴하면 기술주 중심의 주식 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이 충격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 시장에도 그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가상 시나리오를 활용한 카이코의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위험을 강하게 시사한다.
다만 보고서는 비관적인 전망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비트코인은 위기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매도되는 자산이지만, 회복기에는 가장 빠르게 반등하는 독특한 회복력을 가진다. 2020년 팬데믹 붕괴 이후 S&P500과 나스닥이 바닥권에서 오래 정체된 반면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상승 전환했다. 보고서는 바로 이 ‘회복 속도와 강도’가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적 충격은 클 수 있으나, 시스템이 정리되는 순간 가장 먼저 되살아나는 자산이라는 특성은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