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디지털 지원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목적 기반 화폐(PBM)' 기술이 국가 재정의 효율성을 혁신할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PBM은 정부 지원금이 필요한 곳에, 정확히 쓰이도록 만드는 '스마트 머니'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인프라를 특정 간편결제사나 은행이 독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데이터 독점과 같은 문제로 인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적인 디지털 바우처를 위한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PBM 디지털 바우처에 주목하는 이유
먼저, 정부가 다양한 보조금을 PBM 기반의 디지털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려는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목표는 단순히 자금을 분배하는 것을 넘어, 재정 효율성과 정책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의 특성을 활용하면, 보조금의 사용처와 기한을 정밀하게 통제하고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더 정교한 데이터 기반 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행부터 정산까지의 중간 과정을 제거하여 막대한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강력한 신원인증을 통해 부정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PBM 디지털 바우처를 실현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각 방식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1. 간편결제 사업자 중심 모델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이 과제를 '최고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할 것입니다. 이는 국가 정책 자금을 자사 플랫폼의 소비 촉진 수단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적 접근이기도 합니다.
- 장점: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앱을 통해 별도의 설치 없이 정책 자금을 지급할 수 있어 정책 도달률이 극대화됩니다. 또한, 방대한 가맹점 네트워크를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정책 효과를 단기간에 가시화하기에 유리합니다.
- 한계: 그러나 이는 국가 재정이 특정 빅테크 기업의 신용 리스크에 전이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의 소비 패턴이라는 민감한 정책 데이터가 사유화될 수 있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은행 및 중앙은행과의 제로섬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집행의 '효율'은 최고일지 모르나, '국가 화폐 인프라'로서의 안정성과 공공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2. 한국은행·은행권 중심 모델 (예금토큰 직접 발행)
은행권은 이 과제를 '통화 질서의 일부'로 규정하고, 기존 계좌 기반 금융 시스템의 확장판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 장점: 국가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므로 최고 수준의 신뢰와 법적 명확성을 보장합니다. 통화 및 재정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강점입니다.
- 약점: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용자 경험(UX)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국민들이 또 다른 공공 앱이나 은행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은 정책 참여율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가맹점을 확보하고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혁신의 속도 또한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성은 완벽하지만, '국민이 외면하는 정책'이 될 위험이 큽니다.
3. 제3의 해법: 개방형 디지털 바우처 플랫폼
이 모델의 본질은 "특정 플랫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쓰는 프로토콜을 공공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정부가 특정 자동차 회사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 특정 앱/은행이 아니라 → 표준화된 PBM 프로토콜 + 공용 정산 레이어
- 전력망·고속도로처럼 → 누구나 연결 가능, 독점 불가
이를 4개의 계층(Layer)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정책 계층(Policy Layer): 정부와 지자체가 사용처, 기간 등 보조금의 규칙을 정의합니다.
- 발행 계층(Issuing Layer): 은행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규칙이 내장된 예금토큰(PBM)을 발행하고 소각합니다.
- 프로토콜 계층(Protocol Layer): '개방형 디지털 바우처 플랫폼 운영사(컨소시엄)'가 토큰의 표준과 정산·환불 규칙을 관장하는 중립적인 '금융 고속도로' 역할을 합니다.
- 사용자 경험 계층(UX Layer):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모든 은행 앱이 이 표준 프로토콜에 연결하여 국민에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통화와 정산은 표준화하되, 사용자 경험(UX)의 혁신 경쟁은 허용하는 구조입니다.
이 개방형 모델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상생의 구조'입니다.
- 국민: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원래 쓰던 가장 편한 앱으로 정부 지원금을 '내 잔액'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 소상공인: 어떤 앱으로 결제를 받든, T+0 실시간 정산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세금 신고 등 부가적인 편의도 누릴 수 있습니다.
- 은행과 간편결제사: 각자의 강점(안정성, UX)을 살려 새로운 B2G, B2B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정부와 한국은행: 정책 집행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특정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전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감독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네이버나 은행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는, 공공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중심이 된 중립적 컨소시엄이 '개방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모든 민간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혁신을 경쟁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금성 복지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고, 국가 재정의 미래를 여는 가장 합리적인 길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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