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플러스(OPEC+) 탈퇴 선언은 당장 국제 유가를 뒤흔들 정도의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산유국 연대의 결속력과 시장 조절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보도한 분석 기사에서 UAE가 5월 1일 OPEC과 OPEC+를 떠나더라도 곧바로 OPEC 체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OPEC 회원국 가운데 산유량 기준 3위인 UAE의 이탈은 상징성이 크지만, OPEC은 그동안 인도네시아, 카타르, 에콰도르, 앙골라 등의 탈퇴를 거치면서도 조직을 유지해 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라드 알카디리 선임연구원은 OPEC의 종말론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조직이 적응해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단순한 회원국 감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OPEC이 유가를 움직이는 핵심 수단은 필요할 때 증산할 수 있는 여유 생산능력인데,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런 능력을 실질적으로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여유 생산능력이야말로 OPEC이 공급 충격에 대응하고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UAE의 탈퇴는 OPEC의 수량 조절 능력을 떠받치던 한 축이 빠지는 일로 해석된다.
배경에는 사우디와 UAE의 오래된 갈등이 있다. UAE는 하루 300만배럴 수준이던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500만배럴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후 시한을 2027년으로 앞당기면서 OPEC 내 자국 생산 쿼터 확대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사우디는 UAE의 발언권이 커지고 감산 체제의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2021년 UAE가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한 끝에 결국 생산 쿼터 확대를 얻어냈다. FT는 이런 갈등 구조를 고려하면 UAE가 빠진 뒤에는 오히려 사우디 중심의 의사결정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사우디가 감산 이행 부담을 더 많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는 새 부담으로 남게 된다.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FT는 UAE의 탈퇴 선언에도 국제 유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것은 중동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변수처럼 더 직접적인 지정학 위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이는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OPEC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 등 비(非)오펙 산유국의 생산 확대가 이어지면서 OPEC의 점유율은 줄었고, UAE를 제외하면 OPEC의 지난해 생산 비중은 세계 전체의 약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약 10년 전 출범한 OPEC+도 외형상 세력을 키웠지만, 각국의 생산 한도 준수가 들쭉날쭉하고 실제 증산·감산 여력도 제한돼 기대만큼의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OPEC이 단독으로 유가를 움직이기보다 사우디의 리더십, OPEC+의 결속, 비오펙 산유국의 공급 확대가 함께 맞물리며 국제 유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