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상태가 이어지면서 27일 상승했다. 중동의 군사 충돌이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데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해협까지 사실상 막히면서 시장이 공급 차질 우려를 다시 크게 반영한 결과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23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 거래일보다 2.8%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96.37달러로 2.1%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110달러선에 가까워지며 4월 7일 이후 약 3주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 유가가 이렇게 민감하게 움직인 것은 원유 시장이 실제 생산량뿐 아니라 앞으로의 운송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을 키운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된 점이다. 지난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단의 파키스탄 방문을 취소한 뒤 이란이 원하면 먼저 연락하라고 압박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힘겨루기 국면으로 흐르면서,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긴장이 완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이런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이란은 2월 28일 전쟁 발발 직후 해협 통제에 나섰고, 미국도 4월 13일 해협 봉쇄에 들어갔다. 이란이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잠시 해협을 열었지만 다시 통제하면서, 현재는 제한적 통항만 이뤄지는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와 위성분석업체 신맥스에 따르면 전날 하루 해협을 지난 선박은 최소 7척으로 파악됐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약 140척이 통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해상 물류 기능이 크게 위축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여서, 이 구간이 막히면 공급 불안은 곧바로 국제 에너지 가격으로 번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심리적 불안이 아니라 실제 수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석유 중개업체 피브이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하루 1000만∼1300만배럴의 석유가 세계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수급 불안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유가의 향방은 중동 정세와 해협 통제 완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협상 재개가 지연되거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