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행료에 비트코인 허용…제재 체제 균열 신호 되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하며 제재 회피 및 지정학적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내에서는 비트코인의 전략적 의미를 둘러싼 이해 격차가 드러나며 정책 대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통행료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BTC)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워싱턴에서도 ‘미군이 크립토를 국력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다시 뜨고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로에서 결제 인프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결제 선택을 넘어 지정학적 신호로 읽힌다.
이란은 중국 위안화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비트코인을 통행료 결제 옵션으로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선택지를 넓힌 조치지만, 제재 환경에서 ‘검열 저항성’을 가진 자산이 결제선에 올라섰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대이란 압박 전략과 금융 통제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비트코인의 ‘동결 불가’
비트코인 정책 연구기관 비트코인 정책 연구소(BPI)는 이란이 실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정 거래에서는 비트코인이 갖는 성질이 더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가 스마트컨트랙트 수준에서 동결을 걸 수 있어 자산 이동이 막힐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단일 통제 주체가 없어 네트워크 차원에서 거래를 일괄 차단하기가 어렵다.
BPI 리서치 총괄 샘 라이터(Sam Lyman)는 “비트코인이 ‘전략 자산’임이 매우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라며, 이란이 일부 결제에서 BTC를 택하는 이유는 “아무도 이를 동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재 회피뿐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결제·정산 경로를 확보하려는 국가 단위의 선택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상원 청문회에서 드러난 ‘이해 격차’ 논란
이런 상황은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미 해군 사무엘 파파로(Samuel Paparo) 제독은 인도태평양사령부 태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미 정부가 비트코인 노드를 운영한다고 언급하며, 비트코인을 ‘암호기술·블록체인·작업증명(PoW)의 결합’으로 정의했다. 이를 컴퓨터과학 도구이자 ‘힘의 투사’ 수단으로 묘사한 셈이다.
하지만 크립토 교육자로 알려진 매튜 크래터(Matthew Kratter)는 해당 발언이 “위키피디아를 읽는 것 같았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같은 질의응답에 참여한 토미 터버빌(Tommy Tuberville) 상원의원까지 포함해, 핵심 당사자들이 비트코인의 작동 방식과 전략적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대화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실제 활용 데이터가 던진 경고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특히 문제 삼은 지점은, 미군이 크립토를 전략 자산으로 상정해도 정작 의사결정권자들의 언어가 ‘파워프로젝션’ 같은 추상어에 머물면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강점은 ‘누구도 거래를 막기 어렵다’는 네트워크 특성에 있는데, 이 부분을 명확히 짚지 못하면 정책 설계도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호르무즈 해협 결제 발표는 이 간극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BPI 자료에 따르면 이란 내 크립토 거래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거래가 전체 시장 거래량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크립토는 주변부 실험이 아니라 국가와 군 조직이 목적을 갖고 활용하는 도구가 됐고, 미국 역시 비트코인(BTC)을 둘러싼 ‘전략적 이해력’이 실제 역량으로 이어지는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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