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이집트가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수에즈운하경제구역,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반도체 협력을 전면에 올렸다. 외교 협력의 무게가 제조·디지털 인프라와 공급망 영역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은 9월 1~2일 이집트를 국빈 방문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양국이 2014년 격상한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더 깊게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1956년 아랍·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수교했다. 이번 방문은 수교 70주년과 맞물려 이뤄졌고, 양국은 국제·지역 현안도 함께 논의했다.
공동성명은 이집트의 ‘비전 2030’과 중국의 ‘일대일로’ 연계를 강조했다. 협력 분야에는 △전기차 △조선 △재생에너지 장비 △담수화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 △데이터 기반 경제 △반도체 △사이버보안 △우주 응용 △핵심광물 공급망이 포함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은 정상회담 연설에서 수에즈운하경제구역 내 중국-이집트 산업단지 3단계 확장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새 단계의 핵심 분야는 재생에너지, 자동차 제조, 섬유, 화학섬유다.
이집트 투자·외국무역부는 같은 날 만수르그룹과 중국 티엔넝 배터리 그룹이 이집트 내 배터리 제조와 에너지저장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상 간 합의가 산업단지와 배터리 제조 협력으로 이어지는 첫 단서가 나온 셈이다.
수에즈운하경제구역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물류·제조 거점으로 꼽힌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의 중동·아프리카 연결 축이고, 이집트에는 제조 투자와 수출 기반을 넓힐 수 있는 통로다.
디지털 인프라가 공동성명에 들어간 점도 눈에 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 사이버보안은 통상 전력·통신망·설비투자·인력 양성이 함께 붙는 분야다.
다만 공동성명에서 블록체인이나 디지털자산 산업과의 직접 연결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단기 크립토 가격 이슈보다 디지털 인프라와 제조 공급망 재편에 가까운 뉴스다.
중국은 외교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중국과 이집트가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G20 등 다자 틀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담았다. 이집트는 중국의 2027년 브릭스 의장국 수임을 지지했다.
AP는 중국의 대이집트 투자 누적액이 100억 달러(약 13조7400억원)를 넘고, 양국 연간 교역 규모가 200억 달러(약 27조4800억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이집트의 2025년 교역 규모는 157억 달러(약 21조5718억원)로 제시됐다.
이 수치는 이집트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집트가 미국과 단절하기보다 외교 선택지를 넓히는 흐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확인된 사실에 가깝다.
로이터는 이집트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러시아, 유럽과의 관계도 넓히려 한다고 분석했다. 에이치 에이 헬리어(H. A. Hellyer)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연구자는 “이집트는 더 큰 전략적 자율성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독자에게는 중국과 이집트의 외교 수사보다 후속 이행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는 자금조달, 전력망, 공급망을 함께 움직이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의 후속 성과는 산업단지 3단계 확장과 배터리 제조 협력 양해각서가 실제 투자와 생산 계획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공동성명은 협력 분야를 넓게 열었고, 양국은 이를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의 확대 틀 안에 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