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들이 5월 들어 눈에 띄는 반등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이들 종목이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애플의 개발자 행사와 테슬라의 로보택시 출시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NVDA), 테슬라(TSLA), 메타(META),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지난달 평균 13%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이 기간 이들 종목은 전 세계 주요 자산 가운데 원유 다음으로 유일하게 올해 누적 기준으로 하락한 자산군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벤트는 이달 9일 열리는 애플의 WWDC(세계개발자회의)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애플이 자사 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에 외부 개발자가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사실상 AI 개발의 일부를 외부에 위임하는 전략으로,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촉매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상용화다. 이르면 이달 중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시범 운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로보택시가 테슬라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론칭은 주가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애플과 테슬라는 2025년 들어 각각 약 20%와 16%의 하락률을 보여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가장 부진한 종목으로 꼽힌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IT 섹터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올린 반면, 커뮤니케이션 업종은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이 속한 IT 부문이 향후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는 평가가 배경이다. 반면 구글(GOOG), 메타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업들은 콘텐츠 사업 수익 예측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완화와 금리 인상 중단 기대 등 매크로 환경 안정도 기술주에 우호적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안고 있는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들 기업이 지난해 긴축 재정과 비용 절감으로 고금리에 대응했지만, 올해에는 AI 인프라에 수십조 원 이상을 퍼붓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지출이 경기 둔화 시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도 부담이다. 현재 매그니피센트 세븐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3.1배로, S&P500의 장기 평균치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며, 시장 기대치도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 실적이 부진하거나 AI 성장 기대가 꺾일 경우, 주가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 들어 기술주 반등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각 기업의 전략 실행력과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에 달려 있다. 특히 애플과 테슬라의 회복 여부가 다른 종목에도 심리적인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다시 ‘시장 주도주’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단기 반등에 그칠지는 이번 달에 펼쳐질 핵심 이벤트들이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