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간 미 증시는 숨 고르기 없이 내달렸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랠리를 펼쳤다. 미·중 무역 긴장 완화와 강력한 분기 실적, 탄탄한 경기 지표 등이 상승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6월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트럼프표 보호무역’ 정책 재시동이 예고되면서 증시의 시선은 백악관과 의회, 그리고 몇몇 핵심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가장 눈여겨볼 이벤트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시행이다. 오는 7월 9일 재개 예정인 이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주요 기술주와 소비재 기업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공화당은 이와 연계된 '원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의 세부 조율에 나섰으며, 시장은 향후 몇 주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정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목은 호재나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애플(AAPL)은 6월 9일 열리는 연례 개발자 회의(WWDC)를 통해 자사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에 타사 개발자 접근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약속에 비해 더딘 AI 기술 도입으로 실망을 샀지만, 이번 개방 정책은 아이폰 등 애플 생태계 확장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압박에 주가는 이미 약 20%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TSLA)는 6월 1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로보택시’ 출시를 예고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현실적 성능이 대중 앞에 처음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CEO가 정부 효율성부와의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주가도 반등 흐름을 보였다. 올해 저점 대비 60% 가량 회복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약 14% 하락한 상황이다.
나이키(NKE)는 6월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첫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나이키는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수익성이 4~5%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후 관세 폭이 예상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실적 악화는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가는 연초 대비 20%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H)은 5월 한 달 내내 악재에 시달렸다. CEO 사임 발표, 실적 가이던스 철회에 이어 연방 정부의 메디케어 사기 수사, 노인 요양원 비밀 보조금 혐의까지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 2000년대 중반 회사를 이끌었던 스티븐 헴슬리 전 CEO가 복귀해 수습에 나섰다. 주가는 지난달에만 25% 이상 하락했고, 올해 누적 낙폭은 무려 40%에 달한다. 그럼에도 16명의 주요 분석가 중 13명이 여전히 매수를 권하고 있으며, 평균 목표가는 약 415달러(약 59만 7,000원)로 현 시세 대비 40% 가까이 상승 여력을 두고 있다.
태양광 업계도 정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하원이 통과시킨 예산안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정책을 정면으로 뒤엎는 수준이다. 제퍼리스는 이 법안을 ‘태양광 업계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표현했다. 이 법안이 그대로 상원을 통과할 경우, 인페이즈에너지(ENPH)와 선런(RUN), 퍼스트솔라(FSLR) 등 대표적 태양광주는 추가 하락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이들 종목은 하원 표결 다음 날 각각 20%, 37%, 4% 급락했다. 특히 인페이즈에너지는 올해 들어 40%, 선런은 19%, 퍼스트솔라는 10%의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6월은 무역 정책의 방향성과 AI 기술 도입, 업종별 회복력 테스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의 장이 될 전망이다. 증시는 단기 관세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각 기업의 구조적 경쟁력과 시장의 수용 속도가 향후 중장기 투자 방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