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기업 이익 회복세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안에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코스피 상장사 197곳 가운데 지난 4월 30일까지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90곳이었다. 이 가운데 49곳, 전체의 55.5%는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평균 전망치인 컨센서스를 웃돌았거나 적자 폭을 줄였다. 특히 시장 예상보다 10% 이상 영업이익이 많은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은 29곳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전망치를 밑돌았거나 적자 전환, 적자 확대를 나타낸 기업은 41곳이었고, 이 중 19곳은 전망치보다 10% 넘게 부진한 어닝쇼크에 해당했다.
전체 이익 규모로 보면 개선 폭은 더 뚜렷하다. 이번 집계 대상 기업들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 합계는 122조4천245억원으로, 시장 전망치 106조2천273억원을 16조원 이상 웃돌았다. 이는 일부 주력 업종에서 수익성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는 뜻이다. 실적 시즌에는 단순히 흑자 여부보다 시장이 미리 예상한 수준을 얼마나 넘어섰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되는데, 이번에는 기업들의 실제 수익 창출력이 전반적으로 기대보다 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단연 반도체 대형주였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57조2천328억원을 발표해 시장 전망치인 42조2천억원보다 35% 높은 실적을 내놨다. 반도체 업황 호조가 실적을 강하게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업종의 SK하이닉스도 37조6천10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망치 36조8천783억원을 웃돌았지만, 초과 폭은 2% 수준에 그쳤다. 같은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도 기업별 제품 구성과 수익 구조, 시장 기대치 차이에 따라 체감되는 실적 충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개별 기업 가운데서는 대우건설의 실적 반전이 두드러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분기 1조1천55억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천5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1천200억원 안팎의 흑자를 예상했는데, 실제 실적은 이보다 두 배가량 많은 114% 초과 수준이었다. 미래에셋증권 김기룡 연구원은 주택 원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포인트 개선된 79.2%를 기록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수익성은 좋아진다. 여기에 주택 준공예정원가율 하락과 정산이익 등 1천억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면서 예상 밖 호실적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남은 실적 발표에서는 정유·석유화학 업종도 관심 대상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과 재고 관련 이익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메리츠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론하며, 지정학적 위험이 반영된 가격 상승 시도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제품별 가격 반등이 길어지고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면 정유·석유화학 기업 실적에도 시차를 두고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1분기 실적이 단순한 일회성 반등인지, 아니면 업종 전반의 이익 회복으로 이어질지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