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7일 반도체 대형주 급등에 힘입어 장중 8,400선을 처음 넘어서며 8,300대 강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수 상승 폭에 비해 오르는 종목 수는 많지 않고 코스닥은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 내부에서는 일부 핵심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54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336.09포인트(4.18%) 오른 8,383.60을 나타냈다. 지수는 194.61포인트(2.42%) 상승한 8,242.12로 출발한 뒤 한때 8,450.26까지 올라 사상 처음으로 8,400선을 밟았다. 장 초반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유가증권시장에는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선물과 현물 가격이 급격히 움직일 때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주문 효력을 제한하는 장치다.
이번 상승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종목이 강하게 오르며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영향이 국내 시장으로 이어졌다. 뉴욕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가 각각 0.61%, 1.19% 올라 최고 기록을 다시 썼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53% 뛰었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9.3%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긴 점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기대를 키웠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6.77% 오른 31만9천250원, SK하이닉스가 10.87% 오른 227만5천원에 거래되며 나란히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반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은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온도 차를 보였다.
수급 흐름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천232억원, 기관은 5천742억원 순매수 중이고, 개인은 5천946억원 순매도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왔지만, 전날 매도 규모를 줄인 데 이어 이날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시장 불안 심리가 완전히 잦아든 것은 아니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주가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 경계심을 보여주는 지표)는 71.53으로 전날보다 5.05% 올랐다. 이 지수는 보통 급락장에서 뛰지만, 상승장에서도 가격이 너무 빠르게 움직일 때 투자자 불안이 커지면 함께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지수와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오른 종목은 101개에 그친 반면, 내린 종목은 794개에 달했다. 전기·전자가 7.04% 올라 지수를 주도했지만 건설(-4.64%), 의료·정밀기기(-4.48%), 비금속(-2.94%) 등은 약세였다. 코스닥도 같은 시각 16.72포인트(1.43%) 내린 1,155.80으로 밀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천488억원, 1천138억원 순매도하며 하락을 이끌었고, 개인만 2천784억원 순매수했다. 결국 지금 시장은 반도체와 일부 대형 기술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반면, 다른 업종과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실적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변동성 지수가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승 속도에 대한 경계도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