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급락에 크게 흔들렸고, 막판 반등이 나오긴 했지만 투자심리를 완전히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10일 7,475.94로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전주보다 612.40포인트, 7.57% 내린 수준이다. 그동안 지수를 떠받치던 반도체 대표주가 흔들린 충격이 컸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2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밀리면서 지수는 7,000선 초반까지 후퇴했고, 9일 장중에는 7,063.76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주중 한때 26만7천500원, SK하이닉스는 207만6천원까지 밀렸는데, 각각 최근 고점 대비 28.6%, 30.5% 낮은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을 기업 실적 악화보다 과도한 매도에 가까운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코스피는 인공지능 투자 열풍과 반도체 강세를 발판으로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올랐고, 그만큼 차익 실현 압력도 누적돼 왔다. 여기에 코스피200 변동성지수인 브이코스피(VKOSPI·시장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가 80~90선까지 치솟을 정도로 변동성이 오래 이어지면서 투자자 피로가 극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예상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9일 기준 6배 초반까지 내려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아졌다. 다만 10일에는 브이코스피가 8% 넘게 떨어진 78.15로 마감해, 극단적 공포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시장 충격을 키웠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1천16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3조6천748억원, 기관은 2천92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 3조2천259억원, 삼성전자 2조9천6억원, KB금융 1천941억원, 삼성전자우 1천819억원, 한화오션 1천773억원 순이었다. 반대로 삼성전기, LG이노텍, SK스퀘어, 현대로템, 삼성에스디아이 등에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는 시장이 반도체 쏠림을 일부 줄이면서 다른 업종으로 시선을 돌리는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10일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170달러에 출발해 168.01달러에 마감했다. 공모가 149달러보다 12.76% 높고, 같은 날 국내 본주 마감가와 비교해서도 15.78% 비쌌다. 국내 주식보다 미국 예탁증서가 더 높은 값에 거래되는 이른바 역김치 프리미엄이 현실화한 셈이다. 이는 결제 시차나 규제, 세제 차이로 본주와 예탁증서 사이의 즉각적인 차익거래가 쉽지 않을 때 미국 시장의 대기 수요가 가격에 더 강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소폭 상승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 관련 주가 과열 가능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기술 확산과 메모리 수요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강조한 점도 반도체 투자심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미국 실적 시즌과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확인하며 방향을 탐색할 가능성이 크다. 14일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15일 에이에스엠엘, 16일 티에스엠시와 시게이트 실적 발표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실적 자체보다 향후 실적 전망치, 즉 가이던스가 얼마나 높아지거나 낮아지는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지났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지수가 넓은 박스권에서 등락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을 남기겠지만, 과매도 인식이 확산할 경우 점차 저점 확인과 반등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