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일 원/달러 환율 급등과 반도체 대형주의 동반 약세에 밀려 8,160대로 급락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길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겹치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고, 장중에는 8,000선이 흔들릴 정도로 낙폭이 커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8,323.20으로 출발한 뒤 하락폭이 커지면서 한때 8,038.10까지 밀렸고, 급락장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인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장중 저가 매수세가 일부 들어오며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이날 하락폭 478.82포인트는 역대 세 번째로 큰 수준이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종가 기준 6천685조5천591억원으로 줄어들어, 지난 1일 처음 7천조원을 넘긴 뒤 3거래일 만에 다시 7천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시장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동시에 꼽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마감했고, 오전 10시 27분께에는 1,549.1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국내 주식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5천387억원, 기관은 9천43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4조2천238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락 방어에 나섰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70조1천580억원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브로드컴이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 실망으로 12% 넘게 급락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에이엠디도 함께 내리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15% 하락한 점이 국내 투자심리를 눌렀다. 삼성전자는 6.40% 내린 32만원대로 밀렸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9.92% 하락해 200만원대로 내려섰다. 에스케이스퀘어, 엘지전자, 네이버, 두산 등 그동안 엔비디아 협력 기대가 반영됐던 종목들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하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날 방한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 반면 경기 변동에 비교적 덜 흔들리는 방어주 성격의 은행주는 강세를 보여 케이비금융과 신한지주가 올랐다.
코스닥도 47.29포인트(4.50%) 내린 1,002.44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992.80까지 내려 3개월 만에 1,000선을 내주기도 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간신히 1,000선을 지켰다.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1천781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338억원, 1천448억원 순매수했다. 에코프로비엠은 8.76% 급락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알테오젠에 내줬고, 에코프로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성엔지니어링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이날 시장은 미국 5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둔 경계심까지 더해져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환율 안정 여부, 외국인 매도 진정 가능성, 미국 금리 전망을 좌우할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