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채권은 대거 사들이고 주식은 계속 팔면서, 자금 흐름이 자산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대상인 국고채를 175억7천만달러 순매수했다. 반면 통화안정증권 등 국고채 이외 채권은 99억4천만달러 순회수했다. 특히 WGBI 편입 기준에 맞는 잔존만기 1~30년 국고채는 4~5월 월평균 순투자 규모가 6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월평균 41억달러보다 많았다. 한국은행은 4월 이후 일본계 투자자 자금이 크게 늘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WGBI 추종 자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WGBI는 주요 글로벌 채권 지수로, 여기에 편입되면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해외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이탈이 이어졌다. 5월 말 기준 외국인 주식자금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799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월별로 보면 3월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2월과 5월에는 글로벌 펀드와 연기금이 매도세를 주도했다. 3월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을 줄이려는 심리가 강해졌고, 2월과 5월에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자산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리밸런싱과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피가 종가 기준 7,300을 넘긴 5월 6일 누적 순매도는 94억3천만달러였지만, 5월 말 코스피가 8,476.2까지 오른 시점에는 380억8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이처럼 채권과 주식의 흐름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투자 성격의 차이가 깔려 있다. 채권은 지수 편입 기대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린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주식은 단기간 급등한 주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 실현 욕구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최근 주가 급등으로 리밸런싱 필요성이 더 커졌을 수 있다며, 이 흐름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외국인 채권자금은 WGBI 추종 자금 유입 등에 힘입어 당분간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주식자금은 높은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유출이 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외국인 주식 매도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을 팔아 자금을 빼가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커져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이런 구조를 완화하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외환·자본시장 제도 정비를 통해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증시의 제도 개선 속도와 외국인 매도세 진정 여부에 따라 원화 가치와 자본시장 안정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