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국내 증시는 중동 전쟁 리스크 완화에 힘입어 급반등하면서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지만, 단기 급등 부담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겹치며 상승세의 불안한 이면도 함께 드러냈다.
21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9일 9,052.42로 거래를 마쳐 전주보다 928.80포인트, 11.43% 올랐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0일 넘게 시장을 짓눌렀던 전쟁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됐다. 직전 주 7,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17일 8,864.27까지 올라 이달 2일 기록한 종전 고점 8,933.62에 바짝 다가섰고, 18일에는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시장은 곧바로 흔들렸다. 19일 코스피는 장중 9,385.59까지 치솟은 뒤 오후 들어 8,831.72까지 550포인트 넘게 밀리는 급격한 되돌림을 보였다. 1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대형주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 점이 변동성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고, 이 틈을 타 매도세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이른바 한국형 공포지수인 브이코스피(VKOSPI)도 주중 한때 77.06까지 내려갔다가 19일 83.57로 4.14% 뛰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복귀가 가장 눈에 띄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11일까지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중동 리스크와 고유가발 물가 우려가 다소 진정되자 다시 매수로 돌아섰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천5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9천389억원, 2천43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수는 삼성전기, SK하이닉스, 한화오션, 한미반도체, HD현대중공업 등에 집중됐다. 반면 코스닥은 분위기가 달랐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62.46포인트, 6.07% 내린 966.59에 마감했다. 반도체 대형주와 일부 주도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시장은 다시 실적과 물가라는 기본 변수로 시선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24일 발표되는 미국 마이크론 실적을 통해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예정된 미국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즉 피시이(PCE) 물가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여서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한국시간 24일 새벽 발표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연례 시장분류 리뷰에서 한국의 선진국 워치리스트 등재 여부도 관심사다. 주 후반에는 미국 러셀 지수의 정기 비중 조정, 이른바 리밸런싱이 예정돼 있어 중소형 성장주와 인공지능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수급 변동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시장은 전쟁 리스크 완화라는 외부 호재로 급하게 레벨을 끌어올렸지만, 이제부터는 반도체 실적, 미국 물가, 금리 전망 같은 보다 근본적인 재료로 상승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받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대형 반도체주와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 중심의 차별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지수가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변동성 확대에도 대비해야 하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