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고평가 우려로 흔들리던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나는 분위기다.
25일 국내 증시는 이런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전날 코스피는 267.18포인트, 3.26% 오른 8,471.02로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흐름은 매우 거칠었다. 지수는 8,356.79로 출발한 뒤 한때 8,577.52까지 올랐다가 정오께 8,080.99까지 밀리는 등 큰 폭으로 출렁였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도 전장보다 6.55% 오른 95.27까지 치솟았다. 지난 23일 급락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한국시간 25일 새벽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이 강해지면서 반도체주 중심의 불안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 흐름도 엇갈린 기대를 반영했다. 삼성전자는 9.84%, SK하이닉스는 0.98% 오르며 낙폭 일부를 만회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90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조6천84억원, 1조9천123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4조6천32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팔았는데도 지수가 반등한 것은 급락 뒤 가격 매력이 부각된 데다 국내 대형 기술주에 대한 저점 매수 심리가 일부 살아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증시도 비슷한 긴장 속에서 움직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35% 올랐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10%, 0.43%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0.18% 하락했다. 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여전한 가운데, 장 후반에는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옵션 거래 관련 매물이 나오면서 반도체주 변동성이 더 커졌다. 반면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 증가와 물가 부담 완화 기대 속에 내렸다.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4.33% 내린 배럴당 73.74달러,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3.92% 내린 70.34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하락과 국채 금리 하락은 물가 압력을 낮추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증시에 일정 부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결국 장 마감 뒤 나온 마이크론 실적이었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은 414억6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45.7%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81.2%로 전 분기 6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25.11달러로 월가 컨센서스인 20.78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겉으로 제시된 평균 전망치보다 실제 투자자 기대 수준인 위스퍼링 넘버가 주당 22달러 안팎까지 높아져 있었는데, 이번 실적은 그 기준마저 넘겼다. 이에 따라 정규장에서 0.3% 내렸던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5% 넘게 급등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ETF는 정규장 2.63% 상승에 이어 시간외에서 8% 넘게 뛰었다. 장중 3% 넘게 하락하던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실적 발표 뒤 급반등해 5.58% 오른 채 마감했다.
이번 결과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제 실적 확인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과도한 낙관이라는 의구심이 주가를 눌렀지만, 메모리 업황 개선과 수익성 확대가 숫자로 확인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처럼 옵션 수급, 외국인 매매, 인공지능 투자비용 부담, 국제유가와 금리 변화가 한꺼번에 시장을 흔들고 있는 만큼, 반등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변동성은 당분간 큰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