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상장 일정을 공개하면서, 시장은 단기적인 지분 희석 우려보다 해외 투자자 유입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장 마감 후 ADR 상장 일정을 공시했고, 나스닥 상장 시점은 7월 10일로 잠정 결정됐다. 회사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최대 1천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할 계획이다. ADR은 한국 기업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달러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서로, 미국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해당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이번 상장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주 발행 방식이라는 점을 두고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주주 지분율이 소폭 낮아질 수 있고, 주식 수 증가 자체가 단기 주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의 오름세와 조정을 반복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변동성을 경계하는 심리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우려 가운데 상당수는 단순한 수량 계산에 기초한 해석이어서, 실제 시장 충격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증권가는 전반적으로 이번 ADR 상장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희석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재원과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 국내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해외 기관과 개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임에도 해외 경쟁사 대비 낮게 평가돼온 밸류에이션 할인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닥100 지수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같은 대표 지수 편입 기대도 거론된다. 이런 지수에 들어가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될 수 있어 주가에는 우호적인 재료가 된다.
다만 지수 편입은 곧바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DR 상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아이스 반도체지수는 7월 말 기준 상장 후 3개월이 지난 종목을 대상으로 9월 정기 변경을 진행하기 때문에 올해 정기 변경에서 편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ADR이 자동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투자자 매매 접근성이 좋아지고, 기술주에 우호적인 미국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상승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은 희석 우려보다 재평가 기대를 더 강하게 반영했다. 여기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예상 밖 호실적이 더해지면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06% 오른 291만7천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15.78% 상승한 298만7천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실제 ADR 상장 이후 해외 자금 유입 규모와 실적 개선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따라 더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신주 발행에 따른 부담이 재부각될 경우 단기 변동성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