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 형태로 상장한 뒤 현지 거래 첫날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본주도 중장기적으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상장 직후에는 차익실현 매물과 일부 외국계 기관의 차익거래 전략이 맞물리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오히려 주가가 큰 폭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10시 1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7.52% 내린 201만6천원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8.39% 하락한 199만7천원까지 밀리며 200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반면 지난 10일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은 공모가 149달러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로 첫 거래를 마쳤다. 미국예탁증서인 ADR은 미국 투자자가 현지 시장에서 해외 기업 주식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이고, ADS는 그와 연계된 실제 거래 단위다. SK하이닉스의 경우 ADS 1주는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미국 시장 가격은 지난주 국내 본주 종가 218만원보다 15.78%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 시장 가격이 국내 본주보다 높게 형성된 것은 해외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혜 가능성과 글로벌 메모리 시장 지위를 더 높은 평가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이른바 역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데, 국내보다 해외에서 같은 기업 가치가 더 높게 매겨지는 현상을 뜻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그동안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보다 할인된 평가를 받아왔지만,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이런 할인 폭이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업황과 별개로 ADR 상장 자체만으로도 본주에 최소 8~18%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과거 대만 TSMC 사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미국에 상장된 ADS가 먼저 오르고, 국내 또는 현지 본주가 시차를 두고 뒤따르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챗GPT 3.5 출시 이후 반도체 수요 기대가 커졌을 때 TSMC가 같은 경로를 보였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시장에서 형성된 평가가 시간이 지나 국내 주가로 옮겨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저평가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봤고,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시장지배력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단순한 할인 해소를 넘어 프리미엄 구간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변수는 미국 주요 반도체 지수 편입 여부와 본주·예탁증서 간 전환을 활용한 차익거래가 실제로 얼마나 이뤄지느냐다. 시장에서는 역대 3번째로 큰 기업공개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편입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본다. 다만 최소 거래 기간과 유동성 조건 때문에 예상 시점은 2027년 9월로 거론된다. 나스닥100지수 편입은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아직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차익거래도 당장은 제한적이다. 현재는 ADS 가격이 본주보다 훨씬 높지만, 발행 한도 구조상 본주를 곧바로 ADS로 바꾸는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서류상 ADS 수탁 한도에는 여유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TSMC처럼 예탁증서 비중을 늘리며 미국과 국내 시장의 가격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SK하이닉스가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글로벌 반도체 대표주로서 평가를 다시 받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