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모 치료제 관련주가 이달 들어 일제히 급등했다. 코스닥 상장사 삼익제약은 7일 전 거래일보다 29.88% 오른 8780원에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상승률은 62.9%에 달한다.
같은 날 코스닥시장에서 JW신약은 9.65% 상승한 3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상승률은 55.7%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약품이 5.91% 오른 842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32.0% 올랐다.
한국경제는 월가에서 탈모 치료제가 '제2의 비만약'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국내 탈모 관련주 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 GLP-1이 증명한 '캐시페이' 시장성
탈모 치료제가 비만약과 나란히 거론되는 배경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이미 증명한 시장성이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미국에서 1월 출시한 위고비 알약이 출시 이후 500만건 넘는 처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는 노보노디스크 제품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했지만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왔다.
두 회사의 GLP-1 제품은 비만약처럼 보험 적용 없이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캐시페이 구조에서도 처방이 빠르게 늘었다. 이 흐름이 탈모 치료제 투자 논리의 근거로 쓰인다. 마이크 두스타르(Mike Doustdar)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는 성명에서 "위고비 제품 포트폴리오는 2026년 노보노디스크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위고비 제품군을 실적 방어와 성장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GLP-1 시장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알약 매출은 2분기 32억 덴마크크로네로 시장 예상치인 33억 덴마크크로네에 못 미쳤다. CNBC는 노보노디스크 미국예탁증서(ADR)가 실적 발표 뒤 시간외 거래에서 6% 하락했다고 전했다. 캐시페이 시장에서도 처방 증가가 곧장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례다.
◇ 탈모 신약 임상 경쟁
베라더믹스·앱사이·코스모 등 신약 개발사가 패턴 탈모 치료제 임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내 패턴 탈모 인구는 남성 5000만명, 여성 30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새로 승인된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다. 탈모 치료 역시 보험보다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내는 캐시페이 성격이 강해, GLP-1 비만약과 마찬가지로 임상 데이터와 상업화 역량이 함께 투자 판단 기준으로 다뤄진다.
베라더믹스는 4월 27일 남성 패턴 탈모 대상 VDPHL01 임상 2/3상 '302' 스터디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6개월 시점 비연모 수는 1일 1회 복용군에서 30.3 hairs/cm², 1일 2회 복용군에서 33.0 hairs/cm² 늘었고 위약군은 7.3 hairs/cm² 증가에 그쳤다. 다만 임상 호재가 곧바로 승인이나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베라더믹스는 후속 후기 임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앱사이는 초기 자료를 개념입증 단계로 이어가야 하며, 코스모도 허가 신청 전 단계다.
◇ 국내 탈모 관리 시장도 확대
국내에서는 의약품 외에 기능성 화장품·생활용품 영역에서도 탈모 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4월 탈모·두피 관리 제품을 전담하는 헤어케어사업부를 신설했다. 회사는 모발 관리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0% 수준에서 내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전현정 애경산업 헤어케어사업부문장은 "애경 전체에서 20% 수준인 해당 사업의 매출을 내년에 2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모 관리 제품이 대기업 브랜드 중심 샴푸 시장에서 두피 에센스·토닉 등 관리 제품군으로 확장되고 있고, 고객층도 남성 중심에서 남녀로, 30∼50대 중심에서 20대까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탈모 시장이 신약 개발뿐 아니라 소비재 영역에서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 남은 변수
다만 신약 개발은 임상 단계별로 불확실성이 크고 주가 변동성도 급격하다. 국내 탈모 관련주 세 종목의 이달 상승률이 짧은 기간에 32.0%에서 62.9%까지 벌어진 것도 이런 변동성을 보여준다. 탈모 치료제의 실제 시장 진입은 보험 적용, 가격, 장기 안전성, 파트너십과 함께 2027년 예정된 후속 자료와 허가 절차에서 다시 확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