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혁신제품 67개를 새롭게 지정하면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공공시장 진입 문을 대폭 넓혔다. 이들 제품은 최대 6년간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우선구매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혁신제품 지정서 수여식’에서는 공공성과 기술 혁신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제품들이 선정됐다. 이번에 지정된 제품들은 모두 조달청의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과한 것으로, AI 기반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재난 대응 차량, 지능형 산사태 감지 시스템 등 생활 안전과 산업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혁신조달 제도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감내하면서도 신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의 시장 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조달 시장은 납품 실적과 검증된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생 기술 기업에게는 큰 벽이 돼 왔다. 하지만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해져 보다 빠르게 공공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백승보 조달청장은 이번 지정서 수여식에서 “AI, 바이오헬스, 기후기술(기후테크)과 같은 미래 성장 산업의 기술력이 제도적 걸림돌 없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공공구매 예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1조 원 규모인 혁신제품 공공구매 비중을 2028년까지 2조 원으로 늘릴 계획도 공개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 상용화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술 생태계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구매력을 활용한 판로 개척은 벤처기업이 기술 개발 이후 겪는 '죽음의 계곡(상용화 전 자금난)'을 넘는 데 실질적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조달청의 혁신조달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신기술 기업들의 성장 속도와 산업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