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시장 구조를 규정할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워싱턴에서 논의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도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핵심 법안으로 꼽히지만 정치·금융권 이해 충돌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겨울뮤트(Wintermute)의 정책 책임자 론 해먼드(Ron Hammond)는 해당 법안의 연내 통과 확률을 약 30%로 제시했다. 그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명확히 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절차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스리티 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구분하고, 디지털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나눠 규제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최근 로비스트와 의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통과 확률이 26%로 집계됐다. 예측시장 칼시(Kalshi) 역시 근소한 확률 우위를 보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법안의 향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기관 투자 확대의 ‘열쇠’, 그러나 남은 장애물
클래리티 법안은 기관투자자 유입의 ‘핵심 열쇠’로 평가된다. 현재 모호한 규제 환경 때문에 대형 자산운용사와 은행, 연기금은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시장 진입을 미루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거래·보관 기준이 명확해져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전통 금융권, 특히 은행이다.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의 ‘이자(수익) 제공’ 여부다. 은행권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백악관과 코인베이스($COIN), 입법자들이 중재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 논의된 ‘이자 허용 절충안’ 역시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무산됐다. 새로운 수정안이 검토 중이지만, 돌파구가 쉽게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내부 고민…트럼프 변수도 부상
정치적 변수도 부담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암호화폐 업계의 후원을 받은 의원들이 입장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중앙화금융(DeFi)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암호화폐 이슈가 부각될 경우, 법안 논의가 정치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먼드는 이 같은 요소가 향후 몇 달간 법안 추진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 확대 속도 내는 업계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업계는 미국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겨울뮤트는 뉴욕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인력을 확충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보다 우호적인 규제 환경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결국 클래스리티 법안의 향방은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좌우할 변수다. 진전 조짐은 있지만, 실제 입법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권과 정치권의 이해차를 좁히는 ‘결정적 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선 30%라는 숫자가 워싱턴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