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금융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규제 기조가 지나치게 약해지고 있다며,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의심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 기술을 포함한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이 현대 금융 인프라의 정상적인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SEC 연설문에 따르면 피어스 위원은 워싱턴 조지타운 로스쿨 행사에서 “정부가 나쁜 사람을 식별하고 추적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삶과 금융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프라이버시 보호가 국가 안보 목표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피어스 위원은 해커, 사기꾼, 악의적 행위자로부터 개인을 지키는 데 프라이버시 기술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를 “정부가 시민들의 행동을 더 들여다볼 기회”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을 개발하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SEC 산하 ‘크립토 태스크포스’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규제 논쟁
금융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쟁은 최근 다시 암호화폐 업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모네로(XMR), 지캐시(ZEC)처럼 거래 내역과 사용자 신원을 숨기는 프로젝트는 원래부터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설계됐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익명성이 불법 자금 흐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고, 업계는 감시로부터 사용자를 지키는 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같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27년 시행 예정인 새 AML 규정에 따라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는 익명 계좌를 유지하거나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암호화폐를 지원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유럽 크립토 이니셔티브의 안냐 블라이는 이를 두고 업계와 규제 당국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시장과 규제의 경계
한편 시장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내세운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 앱토스(APT)는 기업이 재무 이동 내역, 결제 흐름, 거래 전략을 경쟁사에 노출하지 않고 온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라이버시 코인을 공개했다. 폴리곤(MATIC)도 기관용 비공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선보이며 온체인 거래 확산을 겨냥했다.
결국 이번 발언은 규제와 혁신의 경계에서 ‘금융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메시지로 읽힌다. SEC 내부에서도 프라이버시 기술을 범죄 연상 이미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합법적 활용 가능성과 규제 준수 수단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 시장 해석
SEC 내부에서 금융 프라이버시를 ‘범죄 도구’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라이버시 기술은 규제 회피 수단이 아니라, 정상적인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인정받으려는 흐름이 나타남.
미국은 ‘프라이버시와 규제의 공존’을, EU는 ‘익명성 축소’에 더 무게를 두며 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있음.
💡 전략 포인트
프라이버시 코인 및 관련 기술은 단기적으로 규제 리스크가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제도권 편입 가능성 존재.
KYC·AML을 지원하는 ‘규제 친화형 프라이버시 기술’이 핵심 투자 포인트로 부상.
Aptos, Polygon 등은 기업·기관 대상 ‘부분적 프라이버시’ 솔루션으로 실사용 시장을 확대 중.
📘 용어정리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s): 개인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데이터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KYC: 고객 신원 확인 절차로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한 기본 규제.
AML: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규제 체계.
프라이버시 코인: 거래 내역과 사용자 정보를 숨기는 기능을 갖춘 암호화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