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법안이 10년 만에 다시 국회 심사대에 올랐다. 코스닥 독립성과 시장감시 독립성을 내세운 개편안이지만, 국회 검토 단계에서는 경쟁 촉진 효과와 비용 부담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를 정무위에 제출했다. 연합인포맥스는 27일 국회 자료를 토대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두 법안의 핵심은 한국거래소의 단일 운영 구조를 거래소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나눠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시장감시 업무를 전담할 비영리 시장감시법인 설립 근거도 마련한다.
거래소나 거래소지주회사가 상장하는 경우에는 시장감시 업무 전부를 시장감시법인에 위탁하도록 의무화했다. 거래소의 영리화 가능성과 시장감시 기능의 이해상충을 함께 다루려는 장치다.
정치권에서 제시한 명분은 코스닥시장 독립성 강화다. 아시아투데이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26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정한다고 보도했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시장 독립성 강화와 거래소 경쟁력 제고라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다만 지주사 도입과 시장감시·청산·결제 기능 분리가 자본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사전 검토와 이해관계자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거래소도 같은 흐름의 의견을 냈다. 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과 방식, 본점 소재지, 코스닥시장 분리, 조직 개편에 따른 노사관계가 함께 얽혀 있어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설명이다.
노동조합 문제도 쟁점이다. 검토보고서는 지주회사 전환 시 자회사 직원 배치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동의 없이는 추진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현재 거래소 노조는 코스닥 자회사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본점 소재지도 법안 심사의 변수다. 한국거래소 본사는 부산에 있지만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등 주요 시장 운영 조직은 서울 여의도에 있다.
이헌승 의원안은 지주회사와 자회사 본점을 부산에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장 운영 조직이 자회사로 법인화되면 근무지와 소속 법인 배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같은 지주회사 아래 시장별 자회사를 두는 구조가 실질적인 경쟁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조직이 지주사, 자회사, 시장감시법인으로 나뉘면 운영비가 늘고 그 비용이 거래수수료 인상 등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시장감시와 청산·결제 업무 분리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기업 특성과 공시, 거래 현황 등 실시간 정보를 보유한 거래소가 감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고,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청산 업무는 현행 체계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의는 새 제도가 아니다. 유사한 개정안은 2015년과 2016년에도 발의됐지만 모두 자동 폐기됐다. 당시에도 하나의 거래소지주회사에 속한 자회사 사이에서 실질 경쟁이 가능한지, 조직 확대 비용이 시장에 전가될 수 있는지가 검토 쟁점이었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증권시장 운영 구조를 바꾸는 문제다. 시장감시 독립성, 청산·결제 안정성, 거래소 영리화 가능성은 향후 토큰증권과 디지털자산 제도 논의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인프라 쟁점이다. 다만 이번 법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규율을 직접 바꾸는 내용은 아니다.
해당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상정 여부가 가려진다. 현재 확인된 쟁점은 코스닥 독립성 강화의 필요성, 시장감시 분리의 효과, 비용 전가 가능성, 부산 본점 소재지와 노사 합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