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달리 적용하는 설계안을 두고 전력계통 안정과 지역 투자 유도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가격 왜곡과 한국전력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반론도 함께 제기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를 열고 설계안을 공개했다. 설계안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신설해 전력 자급률, 송전비용 절감도, 균형성장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앞서 본지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최대 10% 낮추는 설계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해당 안은 전국을 수도권 남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나누고, 세부적으로 11개 지역을 구분하는 구조다.
남부권은 kWh당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는 최대 1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수도권 남부는 사실상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핵심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깝게 묶는 '지산지소' 원칙이다.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가 늘면 장거리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입지 선택에도 가격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백우기 한국전력 기획부사장은 공청회에서 밀양 송전탑 갈등을 언급하며 "먼 거리에서 전력을 대량 생산하고 장거리 송전망을 구축해 수도권에 공급하는 게 지속 가능한지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안이 "올바른 가격 신호로 전환해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체계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고 평가했다.
박만근 전력거래소 전력시장본부장도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봤다. 박 본부장은 "지역 차등은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지만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운영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운영자 관점에서 지역별 요금제는 선택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그린에너지센터장은 "수도권 요금을 크게 올릴 걸 우려했는데 인하하는 안이 나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위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한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확대, 산업단지 조성, 지방 정주 여건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전기요금 인하만으로 기업 입지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김재훈 한국화학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지역별 요금제가 석화업계에 가뭄의 단비다. 가급적 빨리, 오래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 기업의 입지 결정이 국내와 해외 선택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재편 승인 기업에 통합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을 연계해 달라고 했다.
반론도 나왔다. 이유수 숭실대 교수는 지역별 요금제가 균형발전 논리까지 끌어들이면 전기요금의 가격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기료가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가격 신호 역할을 하려면 공급비용 외에 어떤 다른 요인도 고려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수도권 요금을 대폭 할인하면 가격이 왜곡되고, 한국전력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전기료 인하만으로 기업 지방 이전을 이끌기 어렵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김상봉 고려대 교수는 "기업은 용수, 세제, 인력공급 등 클러스터에 의해 입지와 의사를 결정한다"며 기존 수도권 기업 이전보다 신규 투자에서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전기요금은 가상자산 채굴과 데이터센터 산업에서도 핵심 비용 변수다. 본지는 앞서 전기료 부담 속에 일부 채굴업체가 가동을 멈췄고 일부는 AI 인프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가 국내 채굴·데이터센터 입지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기후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설계안을 확정하고, 근거 고시와 전기요금약관 개정 절차를 거쳐 연내 제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