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수와 재정지출, 국채 발행이 같은 방향으로 출렁이는 구조를 줄이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세금이 많이 걷히는 해에는 일부를 쌓고, 세수 결손이 생기면 일반회계로 돌려 지출 급감이나 국채 발행 급증을 막는 방식이다.
기획예산처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기금 재원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평균 증가율을 웃도는 추가세수와 예산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정산 뒤 남는 재원, 여유자금 운용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핵심은 반도체 경기처럼 특정 산업 호황으로 세수가 일시적으로 늘 때 이를 모두 그해 지출 확대나 국채 발행 축소에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호황기에 생긴 재정 여력을 기금에 적립하고, 불황이나 세수 결손 때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세금이 많이 들어올 때는 많이 들어온다고 많이 쓰고, 적게 들어오면 적게 들어온다고 또 안 쓰는 게 정부의 책임 있는 재정운영이 아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인포맥스는 전했다. 미래대응기금을 단순 투자 재원이 아니라 재정 변동성을 줄이는 장치로 보겠다는 뜻이다.
최근 세수 흐름은 정부가 문제로 보는 지점이다. 2021~2022년 초과세수는 합쳐 약 100조원에 달했지만, 2023~2025년에는 누적 세수결손이 100조원을 웃돌았다. 몇 년 사이 200조원에 가까운 세수 변동이 발생한 셈이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국채 발행을 줄일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세수가 부족하면 지출 불용이나 추가 국채 발행 압력이 커진다. 미래대응기금은 이 연결고리 사이에 완충 장치를 두려는 시도다.
이는 본지가 앞서 보도한 세수 결손 때 적립 재원으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미래 투자 재원과 재정 안정 장치로 함께 제시했다.
미래대응기금의 기준선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평균 증가율이다. 실제 세입 전망이 이 장기 추세를 웃도는 부분을 추가세수로 보고, 당초 예산보다 실제 세입이 더 늘어난 초과세수도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 방식이 정착되면 세수가 많이 걷힌 해에 정부 지출이 같은 폭으로 늘어나지 않고, 세수가 덜 걷힌 해에도 같은 폭으로 줄지 않는 구조가 된다. 재정 운용의 기준을 한 해 세입에서 경기 사이클 전체로 넓히려는 접근이다.
국고채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수가 늘었다고 국채 발행을 급격히 줄이면 다음 해 발행 물량이 다시 커질 수 있고, 세수가 줄어든 해에는 반대로 국채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하면 국고채 발행 규모의 변동성을 낮추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에 추가 세수가 많이 들어온다고 국채를 거의 발행하지 않고 그 부분을 전부 메우면 후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한 해는 이렇게 하고 한 해는 저렇게 하는 것이 안정적인 국가채무 관리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세수에도 국채 발행 유지 방침을 밝힌 배경도 이와 연결된다.
다만 제도 성패는 적립과 지출 규칙에 달려 있다. 세수 추세선을 낮게 잡으면 정상적인 세수 증가분까지 기금에 묶일 수 있다. 반대로 높게 잡으면 호황기에 충분히 적립하지 못해 불황기에 쓸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기금 안에서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화 재원을 어떻게 나눌지도 쟁점이다. 정부는 청년, 지방, 미래 성장동력,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향후 3~4년간 집중 투자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투자를 과도하게 늘리면 세수 하락기에 사용할 안전판이 얇아질 수 있고, 적립을 지나치게 키우면 미래 투자 기금이라는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전직 재정당국 관계자는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는 규모가 아니다"며 "좋을 때 얼마나 남겨두고 나쁠 때 얼마나 꺼낼지에 대한 원칙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느냐, 그리고 정부와 무관하게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래대응기금은 재정의 크기보다 재정을 쓰는 시간표를 바꾸는 장치로 설계되고 있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세부 운용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재원 적립 기준과 일반회계 전출 조건,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화 계정의 배분 방식이 제도 안착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