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올해 하반기부터 업권별 협회·중앙회 단위의 자금세탁방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자금세탁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개별 금융회사 차원을 넘어 업권별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려는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7일 은행, 보험, 여신전문금융, 핀테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16개 유관기관과 ‘자금세탁방지(AML)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해 말 완료한 국가위험평가(NRA)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자금세탁 위험도 변화와 취약 요인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FIU는 금융권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위험평가 △거버넌스 확립 △시스템 고도화 △협회·중앙회 역할 강화 등 4개 분야로 나눠 논의했다. 각 기관은 NRA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 위험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취약 분야에 인력과 예산,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국가위험평가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국가 단위에서 식별하고 취약 부문을 가려내는 절차다. 금융회사는 이 평가 결과를 내부 위험평가와 고객확인, 의심거래 보고 체계에 반영해 위험 수준에 맞는 통제 장치를 갖추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금융회사 내부통제도 강화 대상에 올랐다. 기관들은 소관 금융회사에 AML 전담부서 운영을 독려하고 보고책임자 직급 상향을 유도하기로 했다. IT와 데이터 분석을 AML 업무에 접목할 융합형 인재 육성도 과제로 제시됐다.
시스템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신규 기술을 활용한 탐지 기법 도입과 탐지 로직 다각화가 논의됐다. 업권 간 디지털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데이터 품질 관리 프로세스 구축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각 협회·중앙회 차원의 ‘AML 고도화 TF’가 운영된다. TF는 △최신 자금세탁 동향 공유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 △공동 의심거래 탐지 룰 개발 △공동 시스템·솔루션 지원 △교육·컨설팅 지원 △중앙회 검사제재 실효성 강화 등 6대 과제를 맡는다.
이번 논의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에도 참고할 만한 흐름이다. FIU 업무가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감독에 맞닿아 있고, 해외에서도 암호화폐 지갑 감독 강화 방침을 자금세탁 방지 전략에 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 의무 대상이다. 금융권의 공동 탐지 룰 개발과 데이터 품질 관리 논의가 곧바로 가상자산 업권 규칙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심거래 관리와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는 감독 흐름과는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를 자금세탁방지 감독 체계에 편입하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국제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배경으로 암호자산을 공식 감독 체계 안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주식 제도운영기획관은 “최근 자금세탁이 다양화·복잡화되면서 금융회사의 자금세탁 대응도 단순한 시스템 고도화나 형식적 이행의 차원을 넘어 실질적 통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FIU도 향후 교육, 평가, 검사·감독 등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업권별 역량 강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업권별 AML 고도화 TF는 올해 하반기부터 협회·중앙회 단위로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