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에서 소비자, 결제기관, 알고리즘 시스템의 책임 경계를 흐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루레이(陆磊) 중국 인민은행 당위원·부행장은 제15회 중국 지급청산포럼에서 스마트 에이전트 결제는 거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책임을 가를 수 있으며, 거래 경로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루레이 부행장이 포럼에 참석해 지급산업의 전환과 위험 관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쟁점은 AI가 사람을 대신해 결제 판단을 내리는 구조다. 루레이 부행장은 지급의 본질을 자금 권리의 이전으로 봤다. 대형언어모델과 자율 에이전트는 출력이 달라질 수 있고 판단 논리가 투명하지 않을 수 있어, 거래 결정 권한을 과도하게 주면 자금 거래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기존 지급산업 규칙과 분쟁 처리 체계는 지금까지 사람이 최종 거래 결정자라는 전제 위에 짜였다.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결제를 시작하거나 거래를 보조하면 소비자, 업계 기관, 알고리즘 사이 책임을 나누기 어려워진다. 루레이 부행장의 발언은 기술 도입보다 책임 구조를 먼저 세워야 한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중국지급청산협회가 스마트 에이전트 결제 응용 자율공약을 마련·발표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이 공약은 지급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적용하기 위한 업계 자율 기준으로 제시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후속으로 프로토콜과 표준 조율, 혁신 위험 관리에서도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스마트 에이전트 결제가 확산되려면 기술 적용 속도뿐 아니라 책임 귀속과 안전장치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마트 에이전트 결제는 사용자가 권한을 준 AI 시스템이 서비스와 상호작용해 결제 지시를 시작하거나 실행하는 방식이다. 통상 결제 서비스에서는 계정 소유자, 결제기관, 가맹점, 기술 제공자의 책임이 약관과 인증 절차로 나뉜다. 여기에 자율 에이전트가 끼어들면 사용자의 사전 동의와 실제 결제 지시 사이의 간격이 커진다.
루레이 부행장은 프로토콜과 표준의 호환성도 별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프로토콜 경쟁이 업무 규칙과 기술 표준 경쟁이며, AI 시대 주도권 경쟁이라고 말했다. 초기 표준 불일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각자 다른 체계로 굳어지면 새 장벽을 만들고 산업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는 취지다.
중국 인민은행은 시장 기관에 자율공약 이행, 기술 추적과 준비, 규칙·표준 선행을 요구했다. 결제 안전과 위험 방지를 밑바탕으로 삼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서로 다른 프로토콜과 표준을 조율해 스마트 에이전트 결제의 하부 프로토콜과 기술 표준 체계를 만드는 데 협조하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한국 독자에게 이번 발언은 AI 지갑, 자동 결제, 디지털 자산 결제 서비스가 넓어질 때 책임 주체를 어떻게 나눌지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본지는 크립토 서비스에서 결제 수단과 책임 주체가 갈라지는 지점을 짚은 바 있다. 토큰 결제나 AI 기반 서비스가 붙더라도 실제 계약 상대방, 권한 위임 범위, 약관상 책임 주체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중국 내 결제 인프라 변화라는 점에서는 디지털 위안화 운영기관 확대 흐름과도 같은 축에 놓인다. 다만 이번 발언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가격 문제가 아니라 AI 기반 결제와 금융 인프라의 책임·표준 문제다. 중국 인민은행은 스마트 에이전트 결제의 자율공약 이행과 하부 프로토콜·기술 표준 체계 구축을 시장 기관에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