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의 상원 인준 절차가 공화당 내부 반대가 사실상 해소되면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연방준비제도 수장 교체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와 금융시장 방향에 직접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번 움직임은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월가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26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워시 후보자 인준을 진행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의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와 함께, 법무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틸리스 의원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겨냥한 법무부 수사가 철회되기 전까지는 워시 후보자 인준에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상원 은행위원회의 표 대결 구도 때문이다. 위원회는 전체 24명으로,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반대할 경우 공화당에서 단 1명만 이탈해도 인준안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틸리스 의원의 입장 선회는 단순한 개인 의견 변화가 아니라, 워시 후보자의 인준 절차가 실제로 굴러갈 수 있느냐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던 셈이다.
배경에는 법무부의 수사 종료 결정이 있다. 미국 법무부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의 과다 지출 문제와 관련해 파월 의장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논란을 불렀다. 정치권과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이 수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 파월 의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연준의 독립성은 통화정책 신뢰의 핵심인데, 정부가 금리 결정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듯한 신호만으로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워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사흘 만에 관련 수사를 종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제 관심은 파월 의장의 거취로 옮겨가고 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5월 15일 끝나지만,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 남아 있다. 그는 앞서 자신을 향한 법무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사가 중단되고 워시 후보자 인준 길도 열리면서, 5월 15일 의장직 종료와 함께 이사직까지 동시에 내려놓을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법무부 수사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그가 이사직을 유지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파월 의장 역시 수사 종료 이후 이사직 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는 파월 의장 임기 만료 전인 5월 15일 이전에 인준 절차를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 수장 교체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향후 미국의 금리 정책 기조와 정부·중앙은행 관계를 둘러싼 논쟁도 더 거세질 수 있다. 특히 시장은 새 의장 체제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얼마나 유지될지, 또 금리 결정이 정치 일정이 아니라 물가와 경기 흐름에 따라 이뤄질지를 계속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