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롯데카드를 겨냥한 대규모 해킹 사건을 놓고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통신사에 대한 ‘봐주기’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늑장 조사와 관료 출신 인사들의 민간 이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청문회는 해킹 사고 원인과 정부 대응 실태를 검증하기 위해 9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소액결제 해킹 문제가 한 달 가까이 방치된 채 9월 9일에야 공동조사가 시작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정부가 아직도 초보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과기정통부가 과거 SK텔레콤 해킹 사건 조사 당시 KT와 LG유플러스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KT 서버가 실제로 침해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수조사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장겸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전면 점검’ 결과가 허술했음을 질타하며, 근본적인 정보보안 체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은 KT가 법률 자문사로 과기정통부 고위 관료 다수가 이직한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최근 5년간 과기정통부에서 세종으로 옮긴 주요 인사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했고, 이들의 연봉이 대폭 상승한 점을 언급하며 사적 이해관계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관련 인사 이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KT 및 계열사인 케이뱅크, 스카이라이프, KT알파 등에 법조계 및 특정 정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 의원은 이 같은 인사 구조가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공공 기업으로서 책임성보다 내부 인맥 구조가 우선시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과기정통부의 조사 미흡과 민관 유착 의혹은 향후 정보보안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반복되는 해킹 사고에 보다 신속하고 구조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고, 동시에 민간 기업과 정부 간 인사 이동의 투명성 확보 역시 중요한 정책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