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이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맞대결 구도로 본격화됐다. 두 회사는 2026년 4월 23일 각각 조합에 제안한 사업 조건을 공개했는데, 현대건설은 압구정이라는 지역의 상징성과 최고급 주거 이미지를 앞세웠고, DL이앤씨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을 확정적으로 제시하며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에 무게를 실었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한양 1·2차 아파트를 다시 짓는 재건축 사업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이 끝나면 지하 5층부터 지상 68층까지 8개 동, 공동주택 1천397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가운데 경쟁입찰이 성립한 곳은 이 구역이 유일해 건설업계의 관심이 특히 크다. 강남 핵심 입지에 상징성이 큰 사업지인 만큼,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시공사 선정 경쟁을 넘어 향후 서울 주요 재건축 수주전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제안했다. 기존 ‘압구정 현대’가 지닌 상징성과 압구정의 고급 소비 문화를 대표하는 ‘갤러리아’를 결합해 지역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제안 내용도 고급 주거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수요응답교통, 즉 입주민 호출에 따라 운행하는 무인 셔틀과 로보틱스 기술을 단지 전반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개인 이동 지원 장치, 비대면 배송 로봇, 주차 로봇, 전기차 충전 로봇, 무인 소방로봇 등을 포함한 스마트 주거 환경도 함께 제시했다. 주거 설계에서는 전 가구 한강 조망과 최대 240도 파노라마 조망, 3m 우물천장고 적용 등을 내세워 개방감과 희소성을 강조했다. 대형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한화와 협력해 갤러리아 명품관 멤버십 연계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아크로 압구정’을 단지명으로 제시하면서, 조합원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비용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3.3㎡당 공사비는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보다 100만원 이상 낮은 1천139만원으로 확정 제안했고,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필수사업비 금리는 최근 재건축 사업지 가운데 최저 수준인 가산금리 0%로 제시했고, 공사 기간은 압구정2구역보다 4개월 짧은 57개월로 잡았다. 이는 재건축 사업에서 금리와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주비 담보인정비율을 150%로 제안해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이주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현실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DL이앤씨는 상가 건축 공사비 0원, 상가 면적 확대, 가구당 실사용 면적 증가 등을 내세웠다. 회사 측 계산에 따르면 상가 분양수익은 가구당 6억6천만원 늘어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에서는 브랜드와 설계 못지않게 공사비 변동 위험, 금융 조달 조건, 추가분담금 가능성이 조합원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점에서 현대건설은 상징성과 미래형 주거 경험을, DL이앤씨는 확정 조건과 수지 개선 효과를 각각 차별화 포인트로 삼은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압구정5구역 조합이 어떤 기준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브랜드 경쟁과 사업 조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