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디지털 지구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를 본사로 둔 피어(Peer)는 스마트폰 하나로 진입할 수 있는 실시간 지형 기반의 메타버스를 통해 AI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피어는 인간과 AI의 동행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기존 게임이나 SNS 플랫폼을 뛰어넘는 차세대 운영체제로 부상하고 있다.
피어는 지구 전역을 디지털 세계로 구현한 ‘글로벌 시뮬레이션(Global Simulation)’을 통해, 이용자가 아바타 형태로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즉시 이동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토니 트랜(Tony Tran) 피어 최고경영자(CEO)는 "단순한 앱이 아닌 새로운 디지털 차원의 포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각 이용자마다 개인화된 AI 동반자가 배정되며, 이 AI는 사용자와 함께 이동하고 학습하며 사람 대신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단순한 증강현실 게임과는 달리, 피어는 현실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자체 제작 3D 지도를 중심으로 구축됐다. GPS와 VPS(가상 위치 시스템)를 혼합한 기술을 통해, 디지털 정보가 실제 지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아바타는 이 같은 데이터에 따라 지역별로 맞춤형 소셜 경험과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예컨대 일본으로 이동한 아바타는 실제 일본 관련 정보와 추천 장소, 친구 위치 등을 받을 수 있으며 동시에 AI에 의해 현지 기반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이 플랫폼의 핵심 중 하나는 ‘컴포저블 월드 레이어링(Composable World Layering)’으로, 동일한 공간 안에서도 사용자마다 전혀 다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서 있어도 어떤 이용자는 광고를, 다른 이용자는 예술 작품이나 정보 포털을 마주치는 식이다. 이는 맞춤형 마케팅은 물론 브랜드와 창작자, 개인 사용자들이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며 새로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기술적으로도 피어는 자체 게임엔진과 지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날씨 정보와 연계돼 환경 변화가 실시간 반영되는 등 물리 세계와의 동기화가 뛰어나다. 아울러 MMORPG처럼 1인칭 또는 3인칭 시점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고, 이용자 아바타는 현실 속 친구들이 모여 있는 장소까지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심지어 AI 에이전트가 이용자 대신 타인에게 말을 걸거나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등 현실 속 어려움까지 해결할 수 있는 활용성까지 높였다.
피어 팀은 피어 이전에 '젠리(Zenly)'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핵심 인력들이 주축을 이뤘다. 젠리는 과거 소셜 지도 앱으로 주목받았으나 인수 후 폐쇄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팀은 새로운 디지털 현실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피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65명의 인력을 두고 있으며,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총 1,350만 달러(약 194억 원)를 추가로 유치해 누적 투자액은 6,850만 달러(약 986억 원)에 달한다.
피어 앱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가입한 사용자는 곧바로 AI 동반자와 함께 전 세계 어디든 디지털 지구에 발 디딜 수 있다. 토니 트랜 CEO는 "5~10년 뒤 피어는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미래를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기존 세계가 제공하지 못했던 경험과 연결을 AI를 통해 모두에게 열겠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