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업계가 20년 만에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SNOW)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기술 경쟁이 단순한 분석 플랫폼 싸움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합하고 자동화하는 ‘지능 시스템(System of Intelligence)’ 장악전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는 단순히 생성형 AI 열풍에 편승한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기업의 데이터 활용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구조적 전환이다.
최근 발표된 스노우플레이크의 실적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총매출 43억 2,500만 달러(약 6조 2,300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를 뛰어넘었으며, 이 회사의 내부 전략도 단순한 데이터웨어하우스를 넘어서 AI 에이전트와 연동 가능한 **지능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메트릭 저장소(metric store)'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코텍스(Cortex)’라는 AI 서비스 모듈을 통해 고객에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인사이트를 자동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시스템 중심 운영으로 전환 중이다.
데이터브릭스 역시 ‘유니티 카탈로그(Unity Catalog)’를 통해 개방형 분석 환경을 정교하게 통합하고 있으며, 최근 AI에 특화된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모자이크(Mosaic)'를 내놓으면서 기업들이 독자적인 AI 에이전트를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과제는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고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왜 발생했는지, 다음 행동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파악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텔리전스 통제 허브**로서의 진화를 완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신개념 플랫폼 구조는 새로운 ‘3계층 스택’으로 설명된다. 실시간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시스템 오브 레코드(System of Record), 여기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을 도출하는 시스템 오브 인텔리전스(System of Intelligence),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또는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조치하는 시스템 오브 에이전시(System of Agency)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그린레이어’라 불리는 인텔리전스 계층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 영역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AI 시대의 데이터 공급망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쇼핑몰에서 사용자 패턴을 추적해 제품 추천하는 전통적 분석이 과거였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로직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결합하고 원인을 진단해 적절한 결정을 자동 실행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목표인 셈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스택 진화를 넘어서 경영 전략의 중심축을 재편하는 흐름이다. 스노우플레이크의 ‘Horizon’과 데이터브릭스의 ‘Unity’, AWS의 ‘세이지메이커 카탈로그(SageMaker Catalog)’, 세일즈포스의 ‘데이터 클라우드’는 각각 이 중간층을 차지하려는 시도들이고, 각자의 기술 철학에 따라 구조적 유불리가 엇갈리고 있다.
ETR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AI 인프라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스노우플레이크는 소비 속도와 고객 확산 모두에서 데이터브릭스를 추월하며 다시 강력한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단 18개월 전만 해도 AI 지도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스노우플레이크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은 AI와 데이터 엔지니어링 통합 전략의 성과가 가시화된 덕분이다. 다만, 아직 에이전트가 실행 가능한 수준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흐름**을 완성하려면 로직 기반 프레임워크가 더 필요하고, 메트릭 저장소를 현대적인 의미의 ‘의사결정 신경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스노우플레이크 서밋과 이달 중순 열릴 데이터브릭스 서밋은 이러한 경쟁력 확장 전략이 실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제품 로드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결국 누가 이 **지능 시스템의 골든 레이어․‘그린레이어’를 우선 장악하는가**에 따라 AI 산업의 다음 10년, 나아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도도 크게 요동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