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시뮬레이션 기술이 제조업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AI 분석 플랫폼 기업 SAS와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 그리고 미국 종합제조사 조지아-퍼시픽(Georgia-Pacific)이 협력해 추진 중인 시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게임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공장의 실제 운영 조건을 복제하고,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시범 프로젝트는 조지아주 링컨에 위치한 Savannah River Mill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자동화 물류 차량(AGV)을 활용한 공정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SAS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 결합된 이 솔루션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공장 내 이동 경로, 장비 배치, 근로자 동선을 현실감 있게 구현한다. 이를 통해 AGV의 이동 중 충돌 위험이나 동선 혼잡에 따르는 병목 현상 등 복잡한 변수들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조지아-퍼시픽의 AI 및 제품 부문 부사장 로샨 샤(Roshan Shah)는 “당사는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 많은 *합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기술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안전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큰 잠재력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SAS의 게임 부문 책임자 윌리엄 콜리스(William Collis) 역시 디지털 트윈의 직관적 장점을 언급하며 “생산 현장을 실제처럼 시각화함으로써 문제 진단과 해결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뮬레이션 안에서 작업자가 AGV 앞을 지나가는 상황 등 다양한 비상 시나리오를 테스트함으로써, 현장의 돌발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제조업 전반에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가상공간 기반 실험실’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파일럿 단계지만 대형 제조 공정에 본격 도입되면 공급망 전체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AS와 조지아-퍼시픽, 에픽게임즈가 추진 중인 이 협력 모델은 AI와 시뮬레이션, 게임 기술이 융합해 전통 산업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단순 도입 단계를 넘어 복잡한 현실의 문제 해결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